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도시계획 역사에 있어 계획이득은 영향부담금, 개발조건의 부여 등과 함께 난처하고 복잡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계획이득이란 넓은 의미의 개발이익으로서 계획이나 허가 등으로 토지소유자에게 발생하는 미실현 이익까지를 포함한다. 계획이익은 계획허가에 의해 상승하는 토지가치의 상승분을 의미하는데, 토지이용의 변동을 비롯하여 용적률 상향조정, 건물 층수 조정, 도시설계 지침변경 등 토지 및 건축행위와 관련된 규정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토지가치의 상승분을 가리킨다.

계획이익의 적용과 시행에 있어 핵심이슈는 개발사업자가 해당 개발지역에 제공하는 공공편익시설에 대한 부담방식과 강제성의 적합성 여부였다.

영국에서는 1947년 토지개발권을 국유화했고 국가가 토지소유주에게 그들이 잃게 되는 개발권에 대한 보상을 도입한다. 모든 개발이득은 공동체에게 귀속되어야 했으나, 그것은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과감한 것으로 시장기능이 무너지면서 급기야 1954년 보수당은 사실상 이 제도들을 철폐해 버렸다. 그 후 노동당과 보수당 정부는 개발이득의 일부 환수를 둘러싼 제도의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다. 다만 개발자들이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재정 부담을 할 수 있도록 계획당국과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개발 사업은 신규 접속도로와 같은 공적 시설이 필요했고, 개발자는 이 공공행위에 대한 재정 부담을 할 능력과 의사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기반한 제도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역사회가 개발로 인해 필요하게 된 공공시설의 개선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영향부담금과 같이 개발자에게 금전적인 부담금을 직접 부과하는 대안적 방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후 재건축 허용조건이나 상업시설 건설조건으로 도로개설요구의 권리가 잘못되었다는 판례에 의해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리하여 계획협약이나 영향부담금제도가 1980년대 후반이후 경기침체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제까지 영국에서는 계획이익 조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1990년 개정된 도시농촌계획법에 근거하여 사전협상방식의 기부채납제도로 많은 저렴주택과 커뮤니티 기반시설을 공급하고 있다. 2008년 부과금 형태의 기반시설 부담금제도가 도입되어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기반시설부담금은 계획의무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개발로 인한 인근 도로에 미치는 영향으로 개발사업 제안이 거부될 경우, 개발시행자는 기존 공공도로 개선작업을 수행함으로써 개발사업 제안이 통과될 수 있다.

또한 개발계획 실행가능성과 계획이익 환수의 균형을 강조한다. 영국의 계획이익 환수제도는 대부분의 개발사업 및 용도변경에 적용되어 일정규모 이상에만 적용되는 우리나라의 개발부담금이나 사전협상제도보다 훨씬 적용이 구체적이며, 개발이익 환수율도 높다.

이러한 제도가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이면에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계획이익의 공동체적 성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모든 개발 사업을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계획적으로 개발되도록 하고 있으며 기반시설 부족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며, 무리한 토지개발 및 토지투기에 대한 근본적인 차단 역할도 강력하다.

토지가치의 증가는 주로 토지 소유자에게 발생하지만, 계획이득의 일부를 공공 부문으로 전환하기 위해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도 하다. 도시계획에 의해 본래 기능이 새로운 수요에 맞춰 용도를 변경할 경우 해당 지역의 지가상승이 발생하므로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이익을 체계적이고 유연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토지이용계획, 용도변경 등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적절히 조정,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통해 공공복리를 증진하고 아울러 필요한 도시기반시설을 공급하거나 개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토지이용의 체계적 정비가 필요하다.

계획을 축소하려던 1980년대 영국에서의 시도가 완전히 실패하고 최근 더욱 계획체계가 강화된 연유는 삶의 질에 강력한 사회적 규제가 요구되며 계획은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근린 환경의 보전이 환경의식이 가미된 님비현상으로 확대되고, 저소득 불우한 계층에 대한 배타적 장벽으로 작동되는 역사적 아이러니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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