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이 지금의 선유구곡 쌍곡구곡에 다녀간 것으로 알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적인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 그 당시 퇴계의 지위와 지리교통적 여건 등으로 보아 다녀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본다. 선유동에 9개월을 머물렀다고 말하기도 한다. 산수를 보는 퇴계의 산수평론의 식견(識見)이 겨우 그 정도였겠나. 광고홍보차원이라면 율곡 이이가 다녀갔다고 해도 된다. 필자가 번번히 말했다. 율곡은 안 다녀도 됐다고. 율곡은 이미 16세기에 용기(龍氣)지능으로 영감(靈感)인터넷망을 구축하여 전국을 통섭할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우암 송시열도 선견지명이 특출했다. 그래서 율곡의 의도를 갈파하고 도통계승의 상징적 매개체로 구곡이 최상최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활용했다. 율곡과 우암은 용(龍)의 기(氣)를 받았다. 이를 포착한 사람들도 그 능력을 받기 위해 용을 모셨다.

손자가 “지피지기 백전불태”라 했다. 맹자는 “무적국외환자 국항망(無敵國外患者 國恒亡)” 즉 “적국과 외부로부터 닥치는 근심거리가 없으면 안일 무사해져 나라가 항상 망하게 된다.”라고 했다. 율곡은 1558년 23세 봄, 퇴계 이황을 알현했다. 이때 퇴계는 예순에 가까운 58세였다. 율곡은 인생과 학문의 선인 퇴계에게 학문의 도를 배우러 갔다. 율곡은 주자의 무이도가와 「무이구곡도가」를 본떠 그 도통계승의 상징으로 고산구곡(高山九曲)을 정하고 「고산구곡가」를 지었다. 도통을 중시한 우암은 구곡과 구곡가가 도통계승의 최상의 상징으로 인지하고 실천계승하게 했다. 이후 율곡과 우암을 숭상하는 후학들은 자연 계곡에 도통의 표상화로 문화산수인 구곡을 대거 설정했다. 이 기세는 강원도 경기도 전라남북도 충청남북도 북한의 평안도 황해도까지 이르렀다. 이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아군의 낙동강방어선을 제외한 전국적이다. 그들은 선현을 극진히 예우했다. 그래서 퇴계 이황이 출생하고 강학했던 지금의 안동을 포함한 경상남북도를 제외했다. 이렇듯 율곡과 우암등 용의 후예들은 우리나라 전역에 구곡으로 도통을 전수계승시켜, 퇴계가 생각하지 못한 문화산수인 구곡을 앞서 설정 확산했다.

이황은 생존 시에 「한거독무이지 구곡도가운 십수(閒居讀武夷志 九曲櫂歌韻 十首)」를 지었다. 그러나 퇴계는 구곡을 설정하지는 못했다. 퇴계의 후학들은 퇴계 사후 250년경이 돼서야 도통계승의 상징으로 구곡이 최상최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퇴계 이황의 후손들은 다급해졌다. 퇴계의 9세손 이야순(李野淳 1755~1831)이 1800년에 처음으로 도산구곡(陶山九曲)을 설정했으며, 1823년 경상남도 경주의 양동(良洞)을 방문하여 옥산구곡(玉山九曲)을 설정할 것을 주창하고 돌아와 옥산구곡시를 지었다. 퇴계의 9세손 이이순(李頤淳 1754~1832)이 1818년에서 1820년 사이 독자적으로 도산구곡을 설정했다. 퇴계의 9세손 이가순(李家淳 1768~1844)은 퇴계구곡(退溪九曲)과 소백산구곡(小白山九曲)을 설정했다. 이들은 학통계승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구곡설정과 구곡시가(九曲詩歌)의 창작은 학통 계승의지의 자연과 문학에의 표현이며 위대한 인물에 대한 존경심의 발현이다. 경상남북도지방에서도 주자의 학문자세와 학통을 인식한 사람들이 구곡을 설정하고 구곡시를 지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는 구곡문화의 융창대국(隆創大國)이 되었다.

2016년부터 창의융합교육학문이 대세다. 문화산수인 구곡은 최고최적의 창의융합교육학문적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이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도 문화인으로서 품위와 긍지를 유지하는 기본 도(道)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율곡이 고산구곡을 정하고 「고산구곡가」를 지은 후, 율곡과 우암을 숭상하는 후학들은 구곡으로 도통계승을 표상화했다. 송시열, 권상하, 민진원이 1727년경 이전에 화양구곡을 설정하여 도통계승의식을 자연에 완성한지 약 100년 후에, 퇴계의 후손들이 주축이 되어 도산구곡과 퇴계구곡을 정하여, 구곡으로 도통계승을 선구적으로 실현한 우암 등 율곡의 후예들과 비견(比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방어선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율곡과 우암을 숭상하는 사림들이 설정한 구곡은 현재 확인한 것만 58개이다. 필자가 1998년부터 2018년 까지 20년 동안 바다 속 진흙벌에서 금싸라기 건져내듯 찾아냈다. 58개 구곡을 경제적 학습의 차원에서 다음호에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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