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 한국교통대 교수

 

홍연기/ 한국교통대 교수

(동양일보) 작년 10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에 따르면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약 105만명이며 이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 즉, 공시생의 수가 4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도의 공시생 수가 29만명임을 고려하면 최근에 상당부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작년도의 공시생 증가는 정부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공공일자리 81만개 공약에 따라 2022년까지 17만4천명의 공무원을 증원시킬 계획이다. 민간 부분의 활성화 내지는 경제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통적인 일자리 대책과는 달리 국가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소득주도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새로운 개념이라 그 성공 여부를 아직 예단하기는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의 40%가 공무원을 준비하는게 과연 국가 발전을 위해 온당한 것일까?



2017년 8월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회장은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첫 번째 꿈이 공무원이라는 걸 듣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한국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수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려고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젊은 세대가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새롭게 부상하는 아시아 국가와의 경쟁조차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그런데 지난 2년 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대폭 증가한 것은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을 더 절망적으로 만든 결과가 아닐까 싶다.



대학가에서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게 된 것은 IMF위기라고 불렸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대학에서 충실히 스펙을 쌓아 직장에서 아무리 성실하게 근무해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앞에서 속절없이 정리해고 당하는 사회 선배들의 모습을 본 대학생들의 결론은 ‘안정’이었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은 바로 공무원이었다. 40만명의 공시생 중 단지 2%만이 공무원으로 합격하는 것이 현실임에도 그들에게는 그 낮은 확률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이 더 중요한 것이고 ‘안정’ 앞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도 창업도 의미가 없게 된다.



지금과 같이 사회, 경제, 기술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중요하다. 능력 있고 공복으로서의 품성을 갖춘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안정만을 위해 공무원 시험에 수많은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의 과잉은 대학 교육을 황폐화시키게 된다. 수도권 사립대의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가 약 2,050만원, 거점 국립대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가 약 1,600만원인데 여기에는 학생들의 등록금 외에도 상당한 금액의 국민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비를 투자한 결과가 단지 공무원 시험 준비라면 학생의 개인적 손실은 물론 사회적 손실도 이만저만한 상황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창출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주력산업 대부분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성장에 따른 고용 흡수력은 이미 약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앞세운 제조업 미래화, 디지털 산업생태계 조성 제시하기도 한다. 혹자는 창업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집앞 골목 상권까지 침투한 대기업 자본 앞에서 청년 창업이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 한다면 지나친 걱정일까? 공시족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안정’을 갈구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거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은 그만 하자. 그들은 지금 충분히 고생스럽고 아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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