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아파트라는 거주공간은 효율성과 편리성을 따지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최고의 건축물이다. 에너지 효율이나 관리, 보안에서 단독주택 등에 비교해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아파트, 좋은 위치, 좋은 학군에 속해있는 아파트는 수십억원을 오가는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 우리나라 국민 중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그런 아파트가 아래위층간 소음 때문에 자꾸만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단순한 다툼으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칼부림 같은 살인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크게 한다. 소음이 그저 일시적인 불편이 아니라 ‘고통'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고통을 누가 유발하는지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입주예정 아파트 등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84가구(96%)에서 층간소음 차단성능 등급이 사전에 인정받은 것보다 낮게 나왔다. 이중 114세대(60%)는 아예 최소성능 기준에도 못 미쳤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토교통부 등이 운영 중인 대표적인 저감제도가 '지키는 사람만 이상한 사람 되는' 제도였던 셈이다.

건설업체들은 완충재 품질 성적서를 조작했고, 시범주택에서 층간소음 차단구조의 성능을 확인하도록 한 시공절차도 어겼다. 소음 기준 등의 제도는 말뿐이고, 업체들은 그저 짓기 쉬운 방식으로, 저비용으로 지은 셈이다. 그런 아파트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살고 있으니 층간소음이 안 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층간소음 민원은 날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센터의 상담은 2만8000건을 넘는다. 전년 대비 23.6% 급증했다. 처음에는 참다가 이웃을 찾아가 호소하고, 그러다 싸우고, 칼부림까지 난다. 그나마 ‘사고’가 안난다 하더라도 이웃간에는 원수처럼 살게 된다.

오죽하면 소음을 내는 윗집에 보복하기 위한 고성능 스피커가 시중에서 버젓이 팔릴까.

감사원은 문책 1건, 주의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고 한다. 또 부정하게 인정서를 받은 8개 제품의 인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후약방문이고 이대로 끝낼 일이 아니다.

책임소재를 밝힐 수 있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기준에 미달하는 아파트를 시공한 업체와 이와 관련된 이에게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욱 근본적으로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 거주 국민들을 위해 실질적인 층간소음 대책을 세워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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