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재정관리 강화키로…'과다의료 행태 개선 연구' 착수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병원·약국을 과도하게 이용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사람에게 진료비를 추가로 부과하는 등의 제재가 가해질 전망이다.

노인인구 증가로 의료 이용과 의료비가 급증하는 데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으로 과다 의료이용 억제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8일 과다의료이용자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의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방안 연구'를 벌여 과도하게 많은 외래 방문일수, 투약일수를 기록하는 극단적 의료이용자의 급여기준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는 하루에 몇번씩 병원을 드나들면서 한해 수백번 외래진료를 받아도 건강보험이차별 없이 적용된다.

공단은 이런 과다이용자를 관리하기 위해 2002년부터 연간 외래 내원 일수가 70일 이상이거나 한가지 질병으로 진료개시일 5일 이내에 동급 다른 요양기관을 4회 이상 이용한 건강보험 가입자를 가려내왔다.

이들은 한해 440만명가량으로, 공단은 이용량이 특히 과도한 10%에게 진료기간, 이용기관수, 외래내원일수, 약국투약일수, 총진료비 등을 담은 '의료이용내역정보'를 제공해왔다.

안내문 발송으로 외래내원일수가 1인당 3.09일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정보를 단순히 안내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과다의료이용자에게 특정의료기관을 지정해 의료기관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이런 사례 관리로도 개선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급여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와 함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과다·과소 의료이용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을 분석하고, 과다이용자를 질병별로 구분해 유형별 중재 전략을 개발할 예정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도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19∼2023년)을 발표하면서 '의료이용 적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본인부담금이 낮아 의료를 필요 이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차상위 계층에는 시범적으로 본인부담 차등화, 적정진료 유도 컨설팅 등을 시작하고,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저소득 의료급여 수급자에는 2007년부터 급여일수를 연간 365일 이하로 제한해 관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의료 과다이용을 막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만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다빈도 외래이용자에게 본인부담 차등제를 적용했다. 25번째 외래진료부터는 50대만달러씩, 157번째부터는 100대만달러씩을 추가로 부담하게 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의료보호 대상자 중 과다이용자(3개월 연속 월 15회 이상 이용)를 상대로 적정수진을 지도하고 있다. 촉탁의는 과다이용자의 진료 타당성을 검토한 뒤 환자 주치의와 적정 진료일수를 협의한다.

미국은 저소득층 의료비 보조 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id)를 운영하면서 과다하거나 불합리한 의료이용을 하는 수급자에게 최소 2년간 의사, 규제약물처방자, 병원, 약국을 각각 1명(곳)씩만 배정해 의료량을 관리 중이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 노인이 쓴 건강보험 진료비는 해마다 늘어나 2017년에는 28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진료비의 40.9%에 해당한다.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에는 5년간(2017∼2022년) 30조6천억원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전액 부담하면 비급여 의료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할 때 의료이용 증가를 관리하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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