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 시인 김지하는 지난해 시집 ‘흰 그늘’출판에 즈음한 인터뷰에서 “박 근혜 를 지지하면서 최 순실 같은 여자가 튀어나와 야단법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말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는 박 정희 정권에서 1964년 대일 굴욕외교반대 투쟁에 가담해 첫 옥고를 치른 이래 ‘오적필화사건’, ‘비어(蜚語-아주 근거 없이 떠도는 말) 필화사건’ ‘민청학련사건’ ‘고행…1974필화사건’ 등으로 8년간 투옥, 사형구형 등 갖은 고초를 겪은 그가 2012년 대선에서 박 근혜 를 지지한다고 할 때 그를 알고 지지하던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김지하가 박 근혜를 지지한 것이나 당선 된 박 근혜가 국정농단으로 탄핵되어 구속 되었고 탄핵의 중심에 최 순실 이 있는 것을 몰랐다는 이 말에는 참으로 미묘한 역설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런 일이 이뿐이랴

동아일보 해직 기자로 전 「문학과 지성사」 대표를 지낸 김병익은 계간지 ‘본질과 현상’ 에실린 ‘인간이해의 착잡함’ 이라는 글에서 이 완용 행적의 이중성에 대해 썼다. 이 완용은 고종 때 최초의 근대식 공립학교에서 영어와 신학문을 배워 주미공사단의 첫 외교관으로 근무한 친미파의 리더급 이었다. 또 독립협회 발기인으로 독립공원 건설을 추진하였으며 그는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독립문 상단의 ‘獨立門’ 글자를 쓰는 등 반일정책을 표방했던 그가 친일파로 돌아서 1905년 을사늑약과 한일합병에 앞장섰다. 일화에는 기미년 3.1운동 지도자인 손병희 선생이 매국적으로 욕먹는 이완용을 3.1 운동에 참여시키면 국민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클 것 같아 3.1 운동 참여를 권유했던 것이나 이에 이완용이 ‘나라 팔아먹은 매국적(賣國賊)이라 불리는 내가 그런 운동에 참여할 수 없소 이번 운동이 성공하여 내가 맞아 죽게 되면 다행이겠소’라면서 사양했을 뿐 아니라 이완용은 3.1 운동을 일본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 등을 보면서 ‘친일파’ 라는 한마디로 낙인찍어 단색적으로 단정 짓는 것에 동요를 느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완용의 친일 매국 행위가 변명되거나 면해질 수는 없다.

민족문제연구소 연구 위원으로 ‘친일인명사전’ 집필에도 참여한 윤덕한 전 경향신문 기자도 2012년 ‘이완용 평전’ 을 출간 했는데 평전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 과정에서 매국노 이완용과는 다른 모습의 이완용에 충격 받았다는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또 다른 얘기로 넘어 가 보자

지금 미국은 경제에 대한 지표나 내용이 아주 좋다. 블룸버거 통신에 의하면 2018년 10월 미국의 실업률 (3.7%)은 1969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일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거의 취업이 가능한 ‘완전고용’ 상태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모두 호황기의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밀레니엄 세대( 1981∼1996년생) 50만명은 이런 호황기에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들은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취업해야 할 때 경기불황으로 기업의 채용이 급감하면서 취업길이 막혔고 취업 했던 초년생들도 경영 위기와 구조 조정으로 직장에서 퇴출당했었다. 그 뒤 1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호황기를 맞아 취업이 된다 해도 직장에서 근무 경험을 놓쳐버린 이들 밀레니엄 세대는 제 나이에 취업한 젊은 세대에게 뒤쳐지거나 10여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기술과 경험을 쌓은 사람 사이에 끼어 고용시장에서 낙오되는 신세가 되었다. 미국 고용시장에서 밀레니엄 세대는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가 되었으며 사회 구조적인 영향으로 희생된 측면이 있다.

반면 금년 5월 한국 청년 실업률 10.5%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들은 고용 한파로 단군 이래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도 실업 상태에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경기가 풀린다고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에 고도의 정치적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이중성과 역설이 있게 마련이라지만 무조건의 극찬이나 매도에 매달리기 보다는 잘 헤아리고 다스려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문화시민과 선진국 되는 현명한 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