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북 옥천이 낳은 한국시문학사의 우뚝한 봉우리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단을 이끌어갈 역량 있는 시인 발굴을 위해 제정된 ‘지용신인문학상’ 시상식이 9일 오전 11시 옥천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동양일보와 옥천문화원이 주관하고 옥천군이 후원하는 25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은 김혜강(57·부산 강서구 명지동)씨의 시 ‘알츠하이머가’ 선정됐다.

심사는 유종호(이화여대 명예교수·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문학평론가와 오탁번(고려대 명예교수·원서문학관 관장·소설가)시인이 맡았다.

당선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상패가 수여된다. 다음은 당선자 김혜강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박장미 기자


-당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엄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지 모릅니다.”


-당선작 ‘알츠하이머’는 어떻게 탄생한 작품인지.
“‘알츠하이머’는 치매환자를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전의 몇몇 프로그램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지은 작품입니다.”


-당선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환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안겨주는 병입니다. 그 견디기 힘든 현실을 시를 통해 역설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알츠하이머란 단순히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환자의 내면세계가 순백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으로 설정해 보았습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시적 의미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영감이 떠오르거나 좋은 소재를 보면 언제 어디서든 키워드를 메모해 둡니다. 어떤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써내려 갈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키워드를 붙들고 몇 날을 생각하고 난 후에 쓰기도 합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수필가라고 들었는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시는 20대 때부터 썼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그냥 시가 좋아 썼습니다. 수필은 시를 쓰는 과정에 부수적으로 썼던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시가 본업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등단하는 경로가 다양하여 마음만 먹으면 조금은 쉬운 방법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정하게 실력을 가리는 권위 있는 곳을 통해 등단하는 것을 고집했고 그 결과 오늘에 이르러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시에 대한 꿈을 접은 적이 없습니다.”


-삶에 있어 문학은 어떤 의미를 갖나.
“문학은 제게 있어 삶입니다. 문학을 하지 않았다면 제 삶은 많이 황폐했을 것입니다. 문학은 내면에 있는 무수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신비로 가득 찬 우주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 줍니다. 유한자로서 고독하거나 슬플 때, 그리고 행복할 때도 늘 곁에 있는 문학은 꿈 그 자체이며 제 삶의 동반자입니다.”


-시의 소재는 어디서 얻는지.
“일상에서 얻습니다. 사람을 만나거나 사회적 사건을 보면서 얻을 때도 있고 때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운데 승객들이 나누는 대화 가운데서 얻기도 합니다. 또 자연현상이나 감정의 변화에서 얻기도 하며 여행에서 얻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시인이 되고 싶은지.
“오늘날 좋은 시라고 하는 작품들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는 점은 난해함입니다. 새로운 시의 지평을 개척하는 선구적 역할로 실험적인 시는 꼭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난해한 시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려운 주제를 좀 더 쉽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주제를 담으면서도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짓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습작해 둔 많은 시들이 있습니다. 추리고 또 추리고, 다듬고 또 다듬어서 한 권의 시집으로 엮고 싶습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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