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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충북과 청주에는 ‘시민’이 없다
동양칼럼/ 충북과 청주에는 ‘시민’이 없다
  • 동양일보
  • 승인 2019.05.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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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 대침체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 “일등경제 충북 실현”을 표방한 충북은 경제 우등생이다.

2013년에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한 이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8%로 전국 3위다. 이를 기반으로 투자유치 8조원, 고용률 72%, 연간수출액 225억 달러로 전국 경제의 4%를 달성하겠다는 충북의 포부도 훌륭하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추였던 거제, 창원, 광주 산업단지에 ‘산업 재난구역’으로 선포되고 마이너스 성장이 속출하는 마당에 충북의 눈부신 선전에 칭찬을 아낄 이유는 없다.

최근 5년 간 청주 산업단지의 수출증가율, 전력사용증가율만 보아도 성장세는 매우 뚜렷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이어진다.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으면 서민의 삶에도 좋은 신호가 나타나야 한다.

작년 7월의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충북 노동자의 월 근로시간은 185.6시간으로 전국 1위다. 이렇게 오래 일하면서 월 평균임금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9위에 머무르고 있다. 시간당 임금으로 보면 전국에서 꼴찌다. 소상인들의 처지는 더 절박해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작년에 공개한 조사 자료는 충북지역 소상인의 24%가 “작년보다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했고, 나머지 76%도 “전년과 비슷하다”고 했다. 소상인이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10.9 시간인데, 개인을 위해 쓰는 시간은 고작 2시간이었다. 삶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삶의 고뇌를 잊기 위해 스스로를 일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오기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

서민경제가 파괴되자 가정도 흔들리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과 청년 도박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율도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우울증 환자와 자살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충북 경제의 성장은 오직 소수 대기업과 토건산업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성장이다. 영세 서비스업은 이미 역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보아야 한다. 농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충북과 청주에는 농민수당과 청년수당 정책이 단 한 건도 없다. 충북 특화 출산장려 정책도 없다.

최근 경기도가 ‘기본소득 박람회’까지 개최하여 다양한 사회보장을 꾀한다는 소식은 충북의 입장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다. 전국 광역지자체가 앞 다투어 도입하는 청년, 여성, 출산장려 수당과 기본소득은 이미 새로운 사회정책으로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경기, 강원, 제주, 경남, 전남 등 기본소득의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충북은 아랑곳없는 무풍지대다. 지식경제부가 필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에 전국 지자체에는 사회보장적 수혜금 사업이 1056개가 있는데 청주시는 달랑 3개 밖에 없다. 보호종료아동자립수당 1.8억, 보육교직원 시간외근무수당 9.6억원, 참전명예수당지원사업 4.2억원이 전부다.

보편복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별복지에 대한 지자체의 의지와 실적 역시 전국 최하위다. 영세서비스업이 절박한 처지로 내몰리는 데도 충북도는 지사의 반대로 생활임금조례를 무산시켰고, 비정규직근로자조례, 근로자권리보호조례는 원안을 크게 훼손한 누더기로 발의되었다.

지역 공동체의 통합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노인빈곤, 청년실업, 저임금 문제가 임계상황에 도달했는데도 이 지역은 관심이 없고,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는 창조적 노력과 구상도 없고, 시민들은 그저 순응한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론은 하나다. 현대적인 복지국가의 주체로서, 지역정치의 주인으로서의 시민이 이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하는 기계로서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군중만이 있을 뿐이다. 마땅히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자존감이 넘치는 시민이 존재한다면, 삶의 질과 진정한 행복을 지향하는 창조적 시민 공동체가 탄생한다면 확 바뀔 일이다. 그게 바로 변화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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