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미국과 남북 간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가 놀랄 톱뉴스가 되었던 북의 비핵화가 북미간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이후 답보상태 속에 표류되고 있다. 북의 최고책임자는 비핵화 문제가 연말까지 해결되어야 한다는 말로 회담 당사국인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은 시종일관 완전무결한 비핵화 선행을 주장하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언제 해결될지 암담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스 호텔에서 북미정상 간의 역사적인 회담이 열렸고 그 자리에서 발표된 4개의 포괄적 성명서에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약속하였다. 해를 넘기고 260일 만인 2019년 2월 27일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두 번째의 북미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그 회담은 그동안 쏟은 엄청난 정치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의 국무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deal)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하고는 회담장을 떠난 것이다. 무합의(no deal)로 끝났다. 북은 1차 북미회담 때의 의지 표명과 달리 비핵화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 및 구체적인 행동계획(action plan)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배수진을 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더하여 북의 국무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하여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는 말로 전의를 들어내었다. 이로써 하노이 회담이후 비핵화의 시계는 멈춰 서게 됐다. 북의 비핵화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면서 중재자, 조정자, 촉진자, 마중물 등의 역할을 해왔던 한국이 전면에 나섰다. 한국 대통령은 1박 3일의 일정으로 지난 4월 12일 미국 백악관으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과 7회째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로 불리는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에 대한 유연성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지 못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의 최고책임자는 한국 대통령에 대하여 ‘동족의 편을 들지 않은 채 적대 세력을 찾아가 오지랖 넓게 중재자 역할을 운운하고 있다’는 비난조의 발언을 쏟아 내었다. 이것이야말로 예의와 품격이 결여된 오만한 태도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더니 북은 지난 4월 25일 러시아와 첫 북·러 회담을 갖고 북의 입장 지지를 요청함으로써 이미 결속을 다지고 있는 중국과 함께 비핵화 방정식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10여일이 지난 5월 4일에는 18개월 만에 지대지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의 미사일을 개량한 것, 새 단거리 탄도미사일, 고도미사일방어인 사드 체계와 패트리엇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된 최신 미사일, 저고도로 비행, 요격불가)를 강원도 원산 인근의 호도반도에서 발사하였고 닷새 뒤인 9일에 또다시 북서부 지역(평북 구성)에서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쐈다. 방사포와 미사일을 섞어 쏘는 ‘칵테일 발사’를 하고 독촉장을 발부하고 있는 것이다. 원하던 제재완화가 뜻대로 진행되지 아니하자 한반도 평화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모험(벼랑 끝 전술)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와 미국 대북제재에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북은 도발목적이 아닌 화력타격 훈련이었다고 주장하나 이는 비핵화의 진로에 역행하는 처사인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이런 행보들을 보면서 평화를 열망하는 국가들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한심스러워 하고 있다. 그토록 떠들썩하게 판을 벌려 놓고는 용두사미격으로 허송세월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북이 약속위반적, 도전적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남북미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되고 국제 사회규범에 반하는 것이 된다. 비핵화 당사자로서 어찌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키려고 오판하는 적대세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는 협박성 표현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비핵화의 해법은 국제신의와 진정성을 담보로 하는 단순화이다. 세계의 모든 국가는 전쟁 없는 평화를 원한다. 하나밖에 없는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은 인류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평화속의 안녕 도모의 절대적인 조건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의지 및 소신 등에 달려있다. 북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비핵화를 단행할 것을 만천하에 약속하였다. 그 약속을 성실히 지키면 된다. 비핵화를 딜(거래, 흥정)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인간의 삶의 질 개선 및 복지창출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유 속에 평화와 안녕을 향유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오로지 민영(民寧)만을 보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듯 북의 비핵화 해법은 단순하다. 그렇게 하면 하늘이 돕고 세계가 협력하여 부국안민의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