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 확산…국내 반입 가공품서 유전자 15건 검출
발생 때 100만 마리 살처분 불가피…가격상승·산업피해 우려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매주 한 번 이상 돼지고기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구이용으로 썰어 놓은 돼지 뒷다리(홍두깨살).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자료사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국내 축산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포가 커지고 있다.

12일 방역당국과 충북도내 축산농가에 따르면 중국 등 아시아에서 잇따라 ASF가 발생한데 이어 최근 중국 여행객들이 들여온 음식물에서 ASF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면서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지난해 8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해 몽골과 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확산된데 이어 불법 휴대 축산물에서 ASF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국내 유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경고했다.

ASF는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서 133건, 베트남 211건, 몽골 11건, 캄보디아 7건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행객이 불법으로 반입한 소시지, 순대 등 돼지고기 가공품에서 ASF바이러스 유전자가 15건이 나왔다.

ASF는 돼지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사율이 100% 이르지만 구제역과 달리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발생 시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1종 가축전염병이다.

특히 바이러스는 야외에서 생존능력이 높아 한번 발생하면 완전히 근절하는데 수 십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ASF가 발생하면 돈육 공급 감소로 인한 물가상승과 연관 산업 피해가 예견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지난 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폐사율 100%,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주제의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을 개최했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과학부 교수는 “비공식적으로 중국에서 ASF로 죽은 돼지가 1억 마리를 넘어섰다”며 “사육 모돈의 20~25%가 감소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돼지고기 품귀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간 200만t 수준이던 중국의 돼지 수입량이 300만~500만t까지 늘어나면 전세계 돼지고기 수출 물동량(800만t)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ASF가 대량 발생할 경우 돼지고기 생산기반이 악화되면서 자급률이 50%대로 하락하고 양돈업과 연계된 농업 생산물의 소비감소로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리면 해외시장에서의 돈육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면 1100만 마리 돼지 가운데 100만두를 살처분해야 한다”며 “소각처리나 렌더링(Rendening)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1조5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농가들은 ASF가 전국민적 이슈로 떠오르고, 돼지고기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될까 걱정이다.

충북도내 한 축산농가는 “지난해 돼지고기 자급률 70%선이 무너질 정도로 수입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도내 축산농가들이 2000년 4월부터 구제역 등으로 540여 농가의 소·돼지 등 41만2400여 마리를 살처분 한 경험이 있어 ASF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생존위협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SF가 발병하면 농가뿐 아니라 가공업, 음식업 등 관련 산업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유입방지에 전국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돈협회는 △북한 접경지역 멧돼지 개체수 조절 △음식폐기물을 급여하는 잔반농장(260여곳) 금지 △불법 축산물 유입 과태료 상향조정 등을 요구했다.

농식품부는 불법 휴대축산물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과태료를 현재 1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고 해외여행객·외국인근로자 교육·홍보 등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청주국제공항 캠페인, 양돈농가 담당관제 운영, 음식물 급여농가 점검, 발생국 여행주의보 발령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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