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방역당국과 양돈농가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노심초사다.

중국·몽골·베트남·캄보디아 등 주변국의 ASF 발생 상황이 위험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여행객들이 들여온 음식물에서 ASF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국내 유입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ASF가 대량 발생할 경우 돈육 생산기반이 악화되면서 자급율이 50%대로 하락하고 양돈업과 연계된 농업 생산물의 소비감소로 여파가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현재 비공식적으로 중국에서 ASF로 죽은 돼지가 1억마리를 넘어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육 모돈의 20~25%가 감소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돼지고기 품귀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ASF 여파로 국제 돼지고기값이 요동치면서 삼겹살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4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팔린 삼겹살의 평균가격은 100g당 2663원으로 3월(2286원)보다 17% 올랐다. 중국 ASF 후폭풍이 전세계 돼지고기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중국은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가량(49.3%)을 차지하는 나라인데 지난해 8월 ASF 발병 이후 5월 현재 102만마리(133건)를 살처분해 돼지고기가 모자라는 상황이다.

연초 돼지값이 하락하자 모돈수를 10% 감축하기로 결의했던 대한한돈협의회는 돼지고기값이 오르자 감축계획을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

축산종합컨설팅업체인 정P&C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ASF가 발병하면 현재 사육마릿수 1000만마리의 10%인 100만마리를 불가피하게 살처분해야 한다.

손해액이 2500억원에 달한다. 모돈 사육마릿수도 10~15% 줄어 연간 매출액이 10%(595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양돈 사료 판매량도 10% 줄어 24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ASF는 돼지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이르지만 구제역과 달리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발생 시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1종 가축전염병이다.

특히 바이러스는 야외에서 생존능력이 높아 한번 발생하면 완전히 근절하는데 수 십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축산물이나 가공식품 반입을 자제하는 등 해외 여행객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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