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 ESI 교장

 

한희송/ ESI 교장

(동양일보) 우리나라에서 구체적 교육개혁안들이 그 종류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의심받는 이유는 사실 단 하나다. 다른 나라와 같은 교육정책이 우리나라에서만 부정적 효과를 내는 이유도 그것이다. 대입관련 시스템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도 이와 같은 것이고, 평가시스템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것이다. 더욱이 효과가 없을 것이 뻔한 정책에게 구태여 시간과 예산을 들이면서도 진정한 해결책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할 수 없는 이유도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 단 하나는 무엇일까?

국가성숙도를 평가하는 여러 방법 중에 매우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바로 공무원청렴도 같은 솔직성 지수들이다. 이상하게도 그러나 알고 나면 당연하게도 청렴도의 정도와 선진국의 순위가 서로 연관성을 갖는다. 청렴과 솔직함보다 눈치와 잔머리가 세상을 사는 방법으로 더욱 효과적이라는 무언의 분위기에 익숙한 사회는 이 현상에 동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우리 자신은 세상을 사는 방법으로 청렴과 솔직함의 크기를 어느 정도의 가치와 연결할 수 있을까? 즉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갖는 솔직함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를 기준으로 세상을 사는 가장 편리한 수준임을 계산해 낼 수 있을까?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바로 세상에서의 인적 구성요소에 대한 가치판단에 있어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역사의 발전에 가장 확실히 드러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과정이 어떠하든 당면한 일들에 대한 솔직함이다.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가 피아노 소리에 매료되어서인지 아니면 돈을 벌려는 것인지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전자를 선택한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한 사람보다 피아노를 이용해서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차지한다. 역사가 자리를 내어주는 공간은 돈과 피아노를 연관시키는 사람들보다 피아노에 대한 열정과 피아노를 연관시키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미성숙한 사회일수록 돈에 대한 목적의식이 돈을 벌게 해준다고 믿고, 성숙한 사회일수록 피아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의 어느 측면에 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과 피아노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이 둘을 연관시키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왜곡되어야 한다. 피아노에 대한 열정과 피아노 실력은 직접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추구하면 할수록 솔직함에 더욱 가까이 가게 된다. 바로 이 측면이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회가 인정하는 일반적 교육목적에서 이 솔직함은 제거되어 있다.

공부의 목적은 공부 자체에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의 호기심을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 공부이고, 인간의 내면을 완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공부이며, 삶의 의미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이 공부라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존재에 가치를 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공부이고, 실제적 존재기간을 가장 늘리는 방법이 공부이며, 이성적 사고를 통한 철학의 완성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 모든 것을 향한 유일한 길을 걸어 보고자 하는 순수만이 공부에 관한 욕구를 이 세상 다른 모든 열망의 앞에 서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이 솔직한 열정에서 세상을 사는 방법들이 묻어나는 구조로써 드디어 의도에 없는 물질적 기회마저 편입되어야 그 물질의 크기조차 비교할 수 없이 클 가능성을 가진다. 이것이 역사가 예외 없이 보여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는 점수이고, 점수는 진학의 최고수단이며, 진학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방법이고, 그 방법으로 삶의 물리적 수단을 해결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결국 공부의 목적은 '돈'이다. 솔직함과 교육의 청렴성은 이미 왜곡되어 버렸다. 그 왜곡위에서 교육제도들이 생성되고 있다. 세상을 속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학문의 방법인 공부가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더욱 솔직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히 지금의 제도들을 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인격을 살리고 국격과 국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그것만이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형성할 기회를 주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품어야 할 유일한 교육개혁의 내용이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