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얼마 전, 청주삼일공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열린 충북여성백일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충북여성백일장은 백일장 출신으로 구성된 여백문학회가 주최하고 동양일보와 뒷목문학회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번 대회에서 특별한 참가자도 만났다. 시 부문에 참가한 87살 김차름 할머니다. 최고령 참가자이기도 했지만 며느리와 두 손녀, 7개월 된 증손녀까지 4대가 함께 대회장을 찾아 주최측은 물론, 다른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차름 할머니는 7년 전부터 시를 썼다고 한다. 그동안 쓴 시는 150여편에 달한다. 산책을 하거나 나들이를 하며 느낀 것에 살을 붙여 시를 써왔다고 했다.

김차름 할머니는 1930년대에 태어났다. 일제강점기라 그 시기 ‘국어’는 일본어였다. 어렵게 한글을 배웠지만 일본어에 익숙했던 할머니에게 한글은 배워도 배워도 어려운 것이었다. 문예교실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도 없지만 혼자서 차근차근 써 내려간 할머니의 시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큰 감동을 줬고, 김차름 할머니는 이날 ‘참방’을 수상했다. 며느리 성숙씨는 할머니의 작품집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문학을 통해 ‘시인’이라는 새 삶을 사는 김차름 할머니를 보며 초고령 사회 속 노인들이 새 삶을 찾고,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그들이 문학이나 예술을 향유 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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