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영 충청북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채영 충북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동양일보)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쌀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1kg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벼 재배면적은 줄고 있고, 매년 40만t이 의무수입량으로 수입되고 있어 쌀 산업은 1994년에 발효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에 FTA와 많은 재고량 등으로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기능성 식품을 찾고 있다. 기능성 식품은 안토시아닌, 카르테노이드, 클로로필 등의 다양한 색소를 함유한 컬러푸드가 대표적이고 이러한 물질은 체내 항산화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흑미’는 안토시아닌 색소와 폴리페놀이 풍부하고, 밥과 함께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현대인들에게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1998년부터 흑미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12년간 연구결과 끝에 2010년‘청풍흑찰’을 개발했다. 청풍흑찰은 현재까지 개발된 흑미 중 가장 높은 수량성과 쓰러짐에 강하여 농업인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재배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에 개발한‘청풍흑향찰’은 구수한 누룽지 향이 일품인 품종으로 향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는 품종이다. 또한 지난해에 개발된 ‘고향흑미’는 멥쌀과 찹쌀의 중간의 성격을 띠고 있는 품종으로‘청풍흑향찰’보다는 내재해성을 보완하여 재배 안정성을 높인 품종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300여 가지가 넘는 벼 품종이 개발돼 있다. 그 중 20가지 품종만이 92%가 재배되고 있어 농업인들에게 선택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잊히게 된다. 이렇듯 하나의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품종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10년 이상의 시간을 내다보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를 읽어 반영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북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출토된 지역으로 쌀을 기반으로 한 식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를 비롯한 충북농업기술원 직원들은 한 알의 씨앗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정신으로 기능성과 생산량이 높고 병해충 저항성 이 강한 우수한 품종을 개발해 어려운 농촌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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