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선시대 서원과 향교는 교육을 통해 나라를 키우겠다는 미래가치를 염두에 두고 향토에 묻혀있는 인재들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위대한 민족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그중에 특히 서원은 학문연구와 선현제향(先賢祭享)을 위해 사림에 의해 설립된 사설 교육기관인 동시에 향촌 자치운영기구로서의 역할도 했다.

또한 조선 시대를 주도한 이념인 성리학의 사회적 전파를 이끌었고 정형성을 갖춘 건축문화를 이룩했다.

이 서원 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예고됐다. 등재를 심사하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의 서원을 등재 권고한 것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6월에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다양하고 유서 깊은 자연·문화 유산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잇달아 인정받고 있어 뿌듯하다.

특히 이 9곳의 서원중에는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돈암서원이 포함돼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문화유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을 계기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성리학과 서원이 추구했던 정신과 실제의 잘잘못을 돌아보고 오늘에 맞게 재해석해 삶에 녹이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이코모스측은 이번에 등재를 권고하면서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정확한 지적이자 권고이다.

이코모스의 주문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고증을 기초로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보존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고증이 잘못돼 역사적 유산이 왜곡된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라 시대 문장가인 최치원을 기리는 전북 정읍시 무성서원 일대에 선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시설과 저잣거리가 조성된다고 해서 문제가 된적 있었다. 서원은 이런 부작용을 겪지 말아야 한다.

세계유산으로서 위상을 갖추고 새롭게 단장되면 많은 관람객이 찾게 된다. 역사적인 유산을 매개로 문화와 관광 시설이 조성되고 개방되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아울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원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관광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에 그치지 말고 수준 높았던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산 교육장이 되도록 가꿔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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