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 불법점유 어린이집 강제철거 안한채 10년간 ‘나몰라’

천연기념물 연산오계.
오계재단이 사육장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논산시가 돕지 않아 가지 못하고 있는 폐교 부지.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천연기념물 265호인 연산오계(烏鷄)가 논산시의 늑장 행정 때문에 멸종 위기다.

오계의 혈통보존 사육장 마련에 문화재청이 국비까지 지원하며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시는 10년 동안 이해하기 힘든 처사로 일관하면서 부지이전을 돕지 않고 있다.

닭의 산란율이 급감하는 가운데 오계재단과 천연기념물 보존 관계자들은 시의 처사에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14일 시와 재단에 따르면 연산면 화악리에는 오계 1000여수가 보호·사육되고 있다.

198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오계는 한국의 전통 재래종으로 가금류 가운데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궁중에 진상되기도 했던 논산의 대표적 특산물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의 자리에서 수십년간 사육되면서 근친교배는 물론, 토양의 오염에 의한 흑두병 등 각종 질병의 발생 탓에 산란율이 연평균 7%대로 급감했다.

심지어 마을 안쪽에 있는 모 양계업체의 대규모 사육장으로 드나드는 트럭 때문에 종계장은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문화재청은 2008년 국비 70%를 합한 10억원의 예산을 세워 인근 폐교인 개화초등학교 분교 매입 결정을 내린다.

폐교는 2009년에 보상을 완료한 후 같은해 11월 논산시로 등기 이전했다.

그러나 폐교에서 운영중이던 어린이집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논산시가 강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는 2013년에서야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여전히 오계재단의 입주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 흑두병 발생 등 닭의 위기가 심각해지자 재단은 2018년 5월 총리실에 탄원서를 냈다.

시는 결국 같은해 6월 어린이집이 무단 점유하고 있던 상태에서 폐교 일부에 대해 임시 사용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재단측이 폐교에 날아든 새의 분변에 의해 AI 등이 발병할 위험이 있어 나무 몇그루를 자른 것을 두고 시는 임시사용 허가 4일만에 전격 허가취소 처분을 내렸다.

재단은 즉시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인용 결정이 났다.

하지만 시는 행심 인용을 바탕으로 한 재단의 부지활용 허가신청을 또 다시 불허했다.

견디다 못한 재단은 올해 4월에 2차 행심을 다시 제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숙 연산오계 재단 이사장은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금까지 대준 일을 논산시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이렇게 막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그는 “논산시의 속마음이 뭔지 그 까닭이나 속시원히 알고 싶다”며 “지금은 오계의 산란율 급감에 따른 종(種) 멸실의 임계점”이라고 호소했다. 논산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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