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인 충북도 동물방역과 주무관

손가인 충북도 동물방역과 주무관

(동양일보) 바램은 현실이 됐다. 2014년도부터 매년 어김없이 발생해 가금농가 및 관련 산업에 큰 피해를 남겼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2018~2019년 동절기에는 도내를 포함해 전국에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철새도래지 및 인근 가금농가에 대한 소독·예찰을 강화하고, 산란계, 종계, 전통시장 출하가금 등 취약구간에 대한 검사 강화, 전담공무원제 실시 등 분야별 맞춤형 방역대책이 거둔 성과였다.

하지만, 발생 제로에 단연 으뜸으로 기여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책은 오리휴지기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2017년도 광역단체로서 최초로 오리휴지기제를 시행하고 나서 2018년도 3월 단 한건의 AI가 발생해서 39일 만에 종식했고, 2018년도 2년차 오리휴지기제 시행결과 발생 제로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중국, 대만 등 주변국에서 지속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국내 도래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H5형 또는 H7형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71건이나 검출되는 등 방역상 유리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단순히 운이 좋아 이뤄낸 성과는 아니다.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H5형 또는 H7형 바이러스가 저병원성일지라도 가금농가로의 전파를 막지 못했다면, 살처분과 이동제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2년차 휴지기제 시행을 하면서, 휴지 미참여 농가의 AI 발생가능성 상존, 농가별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은 농가 선정방식, 휴지 다참여 계열사의 오리수급 불균형 등 1년차 휴지기제 시행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했다.

첫째, 과거 발생 이력, 하천 인근에 소재 등 한 두 가지 항목만 가지고는 농가별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 전국 최초로 대상농가 선정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 위험도 평가지침을 수립했다.

시·군에서는 소독실태, 가축거래기록 유지 등 농장내부의 방역·위생관리에 대한 평가를 담당했다. 도와 동물위생시험소에서는 농장의 지형적 여건, 축산업 형태, 축산시설 밀집도, 야생조류 서식 실태 등 종합적인 위험도 평가를 통해 고위험군 위주의 사육제한을 추진해 방역효율성을 높였다. 둘째, 계열사에 대한 지원 대책으로 종란폐기 보상이 50%에 그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수렴해 자체예산으로 나머지 50%에 대한 보상을 해줬다. 셋째, 소속농가의 50%이상 휴지참여 계열사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국비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결과를 반영한 휴지규모 최적화와 계열사 수급 불균형 문제의 보완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없는 겨울과 사육제한 제도의 연착륙을 가능케 해줬다. 이와 같은 일련의 대책 시행으로 2019년도 전국 지자체 가축방역 사례 특별평가에서도 우수사례로 선정돼 다른 지자체에 귀감이 됐다.

특별방역대책기간이 종료되고 위기단계도 ‘주의’에서 ‘관심’단계로 하향됐지만, ‘AI 클린 충북’실현을 위한 우리도만의 특별한 방역대책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농장 내 방역·위생관리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살모넬라균 오염여부 검사 등 보다 변별력 있는 평가 항목을 반영한 3년차 겨울 휴지기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일일이 농장을 찾아다니며 방역복이 흠뻑 젖도록 고생해준 방역관들과,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날법도 한데 조사평가에 성실히 응해주신 농장주분들,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경영난에도 원활한 휴지기제 추진을 위해 협조해주신 계열사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올해도 준비하면서 적정한 보상단가 산정 기준 마련, 정부차원의 계열사 지원 대책 마련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2019-2020년 동절기에도 ‘AI 클린 충북’ 실현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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