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조아라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 임용된 지 6개월째 접어든 지금도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하다. 서툰 아내, 서툰 엄마, 서툰 팀 막내. 본격적인 직장생활 전까지만 해도 세 가지 모두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출산 후 육아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하는 사회생활을 기대하며 설렜고, 아내로서 남편의 짐을 나눠질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고, 육아를 하면서 앞으로 우리 아이에게 좋은 에너지를 가진 엄마를 보여줄 거란 생각에 내심 신나했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서 나의 설렘은 점점 사그라지고 그런 설렘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무엇 하나 당차게 해내지 못하고 서툰 나를 돌아보며 공허함이 더 커졌다. 하루하루 바쁘게 움직이고 계속해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일, 육아, 집안일 어느 것으로도 나의 마음을 채우지 못했다.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어떤 것을 한 걸까라는 생각을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의 서툶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도 써 봤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바라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리 겁을 먹었다. 워킹맘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내가 먼저 선입견을 가졌다. 워킹맘이라 바빠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가졌던 육아 신념을 무너뜨리기도 싫었다. 그렇게 애쓸수록 서툰 나 자신을 보게 되면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래.” “우리 애가 너무 활동적이야.” “집안일은 끝이 없어.”라는 말을 하며 핑계거리를 찾곤 했다. 비겁했고 겁도 났다. 다 잘하고 싶던 나의 욕심이 터무니없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될까봐 그랬던 것 같다.

터무니없는 욕심은 아니었다. 서툰 것이 나쁜 게 아니었다. 지금은 서툰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서툰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고, 못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성장해 갈 수 있는 좋은 일인 것이었다. 모른다면, 못한다면 어떤 일을 시작하지 못하지만 서툴다면, 느리고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무엇이든 시작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을 바꾸려 한다. 혼자서 욕심 부리지 않고 서툰 아내라면 남편한테, 서툰 엄마라면 아이와 함께, 서툰 팀의 막내라면 팀장님과 팀원들한테 조금은 기대고 내가 성장해 가면 된다.

내가 생각을 바꾸기 시작하게 된 것도 역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어느 날 남편은 나에게 사실 처음에는 많이 걱정을 했지만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말을 해주고, 우리 아이는 회사 가는 엄마가 최고라고 나를 치켜세워 주고, 사무실 동료들은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서툴러서 좀 걱정은 되지만 혼자서 움켜쥐고 있던 것을 느슨하게 쥐고 흘러 내려가는 것은 버리려 한다. 서툴면 좀 어떤가. 서툴수록 내가 한 번 더 움직이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고민하면 그것이 모두 내 것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내가 선택하고 나의 마음이 이끄는 일에 내 마음을 쏟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네 살 아들을 키우며 서툰 삶에서 성장하고 있는 서툰 워킹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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