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유명한 도시계획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고층건물로 인해서 거리가 고통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1961년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저서를 통해 효과적 도시근린을 만들기 위해 활기찬 거리, 거리모습의 다양화와 복합용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밀은 슬럼화로 이어진다며 과밀을 경계하고 적당한 수준의 밀도는 다양성의 기반이 된다. 그녀는 단일용도 만의 도시계획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위한 복합용도 지역제를 옹호하며 상업기능이 없이 주거만으로 채워지는 공영주택 프로젝트를 한 가지 목적만 가진 무익한 정책이라고 반대하기도 했다.

고층건물에 반대하면서 낮은 도시경관을 선호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거주지는 거주자들을 거리로 부터 격리시킨다고 지적하면서 낮은 건물들이 많은 지역에서 거리를 감시할 수 있고 보행자가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했다. 도시재개발에 대한 반대에서 시작해 고층건물에 대한 보다 전면적인 반대를 하게 된다. 도시지역에서 일정한 밀도이상의 집이 들어서면 지역은 몰개성하고 표준화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반면 도시의 승리의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가 전원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며 교외의 전원주택 단지야말로 환경적으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거주 방식이라고 역설적 주장을 한다. 고층건물들이 들어선 도시지역의 지상공간이 활발한 활동이 펼쳐지는 한 몰개성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반박한다. 고층건물이 들어선 지역들도 많은 흥미로운 매장과 식당들이 들어설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다양성은 다양한 주거형태를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고층건물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인 제이콥스는 낡은 건물들을 지키고 싶어 했다. 더 오래되고 더 낮은 건물들을 지키면 건물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글레이저는 낡은 단층건물을 고층건물로 대체하지 않고 그대로 지킨다고 해서 구매력이 보존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공급을 제한하게 되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고 본다. 고층건물은 새로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도시의 부동산가격 상승압력을 낮춰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글레이저는 개발을 제한할 경우 보호지역들이 더 비싸지고 배타적으로 변질되는 문제를 제기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신규공급이 제한될 경우 도시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서 주택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체로 도시에서는 용도지역제, 고도제한, 보존위원회의 활동 등이 결합되면서 신규 건축이 더욱 힘들게 되는 규제망이 되었다.

도시공간의 구매력은 고도제한과 고정된 건물 재고량이 아니라 도시성장이 도시공간을 창출하고 유지한다는 글레이저의 주장은 도시 저소득층으로 하여금 도시에 머물 수 있게 하고 도시들이 계속 번성하고 다양성을 유지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고도제한은 일조권과 전망을 늘려주고 보존은 역사를 보호해 주지만 아무런 대가없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공급의 증가는 주택가격 뿐만 아니라 도시거주민이 수를 결정하기도 한다. 글레이저는 더 낡고 더 낮은 도시지역들이 주는 즐거움과 감정에 대한 제이콥스의 통찰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도 높은 인구밀도가 가진 장점을 그녀가 신뢰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도심부 고층 고밀도의 지역에는 재미있는 식당들과 특이한 점포들, 특이한 보행자가 많았음을 고백한다. 마천루로 둘러싸인 지역이지만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도시공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층건물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도시인들이 제인 제이콥스처럼 더 오래되고 더 낮은 공간을 선호하기도 한다. 반면 도시의 고층건물에서 사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 길은 열려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중심에서 사는 미래를 꿈꿀 수 있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더 높은 건물의 건축을 제한하는 규제 장벽을 낮춰야 가능할지 모른다.

코르뷔제는 현대도시의 죄악은 개발밀도이며 그 해결책은 역설적으로 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이라 하기도 했다. 압축도시는 도시 고밀개발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 및 자연환경의 보전까지 추구하는 도시개발 형태로 도시 내부의 복합적인 토지이용, 대중교통의 효율적 구축, 도시외곽 및 녹지지역의 개발 억제, 도시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역사적인 건물의 보전을 종합적으로 지향하는 도시모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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