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혁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이진혁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 요즘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인간극장’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내가 뉴스를 틀어놓는데, 출근 준비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뉴스는 끝나고 연이어 그 방송이 시작돼 10분 정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곤 한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얼마 전 방송됐던 귀촌 부부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50줄인데 자식도 없고,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태양광으로만 불빛을 밝힌다. 남편은 어릴 적 영국 유학을 가서 악기를 만드는 기술도 배운, 흔히 말하는 외국물도 좀 먹은 사람이다. 하지만 악기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읍내 자동차 정비공에서 일한다. 부인은 마흔이 넘어 도자기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겨 학교에서 그 과정을 수료하고, 집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남편은 제작진에게 유학 시절 성적표를 보여주며 “난 이미 성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나”라고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매일 졸린 눈을 비비며 시간 맞춰 출근하고, 하루하루 닥친 일을 해치우며,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에게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삶이다. 그래도 그의 행복의 기준에서는 그의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하니, 그는 행복이 무엇인지 이미 안 듯하다.

행복은 무엇일까? 우리가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현시대의 삶이 힘들수록 ‘행복’이라는 단어가 중요시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이 각박하니 ‘행복’으로 포장해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살아가게끔 만드는 기술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등장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도, 사실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가 불러온 경기 침체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가 묻어난 용어라고 한다. 삶이 버거우니 행복의 기준도 실용적이고, 손쉬운 방법으로 바뀐 듯하다. 안타깝기도 한 지금의 행복 트렌드이다.

‘소확행’을 하든 ‘대확행’을 하든 어찌됐든 그 순간의 삶이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의 행복을 쌓아간다면,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행복의 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자신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TV 프로그램 속의 사람들처럼 현재의 삶을 뒤로하고, 당장 시골로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 각자의 자신만이 알고 느끼는 행복의 기준들이 있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이 드러난다고 한다. 우리도 주체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삶을 살아가다 보면, 노년 즈음에는 ‘저 사람은 인생을 참 잘 살아왔나 보다’라는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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