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세상을 살아가면서 먹고 싶지 않지만 강제로 먹어야 하는 것이 나이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쉽게 내 뱉는 말이 언제 밥 한번 먹자이다. 의식주(衣食住)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빠지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식이다. 먹는 것은 행복의 필수조건이며, 이렇게 밥 한 끼 먹자는 것은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평생 인연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 인연을 우습게 알고 사는 세상이다. 옛날에는 옆집 숟가락 개수가 몇 개인지도 알았다.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은 동양문화권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어로 가족은 가조쿠라고 하며 순 우리말로 식구라고 한다. 식구(食口)는 밥식자에 입구를 합한 것으로, 밥을 함께 먹는 입으로 매우 친밀한 사이로 해석되며 정감이 간다. 가족(家族)이란 대체로 혈연, 혼인, 입양, 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일상생활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구성원이다. 집단을 말할 때는 가정이라고도 그 구성원을 말할 때는 가솔(家率) 또는 식솔(食率)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대인들 역시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는 것을 특별히 생각한다. 정통파 유대인들은 유대교인이 아닌 타종교인과 함께 식탁에 앉는 것을 기피한다고 하며 동서고금을 떠나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단순한 섭식 행위가 아니라 매우 친밀한 정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간의 정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특별한 행동이다.

요즘 먹방프로그램이 유행이다. 텔레비전을 보면 공중파를 포함한 다수의 방송채널에서 먹는 프로그램을 엄청나게 편성하여 방송하고 있다. 먹방은 시청자 앞에서 음식을 먹는 방송을 의미한다. 2009년 초 모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 TV의 BJ 들이 자신의 먹는 모습을 방송하면서 등장한 용어이다. 먹방은 방송인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식욕을 돋우거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며 이런 방송이 다양한 유선방송, 유튜브, SNS 등의 멀티미디어를 통하여 엄청나게 펴져 나갔다. 과거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던 먹방은 2010년대에 접어들며 케이블 채널은 물론 지상파 방송도 섭렵하며 인기 방송 콘텐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먹방은 유튜브(Youtube)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해외에서도 한국의 먹방을 발음대로 “Mukbang"라고 표기하며 다양한 콘텐츠(Contents)를 선보였다. 세계의 유명한 언론매체인 미국의 CNN, 영국의 BBC 등에서도 한국의 먹방을 소개하였고, 2016년 10월 CNN은 먹방 열풍을 새로운 형식의 사회적 식사(Social eating)라고 소개하며 먹방이 건강한 식습관과 새로운 건강한 요리문화를 확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먹방에서 더 나아가 출연자가 직접 요리하고 먹는 ”쿡방“이 생겨나기도 했다. 요즘같이 먹는 사진, 먹는 동영상등을 페이스 북, 인스타 그램, 블로그 등을 공유하며 함께하는 세상에 과거의 이웃사촌과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이웃사촌(?)를 공유하는 사는 것은 아닌지 싶다.

현 지식정보화 시대에 이웃사촌은 사이버(Cyber)상에 존재하는 것 같다. 점점 변해가는 거주문화로 더 이상 이웃사촌이란 말은 서서히 잊혀가고 있다. 층간소음과 많은 분쟁으로 싸우지 않고 사는 것만도 행복인 듯하다. 예전 동네 한 골목에 모여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이웃사촌처럼 살아가며 이집 저집을 오가며 골목 안 구석구석 알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옆집의 숟가락 개수, 옆집 아이의 깨진 무르팍의 사연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옆집과 아는 척만 하고 산다. 이웃사촌은 네이버(Naver)에만 존재하는 단어인 듯하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한번쯤 하여야 하는 것이 이웃 주변인과의 만남이고 만남의 필수 조건은 식사이다. 기왕이면 식사하면서 서로를 알고 친해지고 싶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는 것은 대단한 만찬의 만남이다. 언제 식사 한번 해요! 는 빈말이 아닌 엄청난 초대의 말이다. 날 한번 잡아 봐요! 에 달력에 빨간 줄로 표시한다. 옛날 골목생활 시절에 밥 한 끼 먹어요! 는 건너와요처럼 손쉬운 말로 옆집의 이웃사촌 간에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우리 애들 왔으니 오늘 약속은 못 합니다.”가 아닌 우리 애들 왔으니 옆집 어른들 모셔 와라! 그리고 인사해라! 라고 하며 서로 인정(人情)을 나누며 사이버상이 아닌 한 골목안의 이웃사촌으로 사는 정이 진정으로 그리운 세상이다. 함께 소통하며 웃을 수 있는 좋은 이웃 분들이 옆집에 살고 있으니 이웃사촌과 오래도록 함께 행복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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