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구 전 호서대 총장

(동양일보) 자장이 하직하며 공자님께 묻습니다. “원컨대 몸을 닦는 미덕을 한 말씀으로 가르치소서.” 공자님이 대답합니다.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니라.” 제자가 여쭙습니다. “어째서 참아야 합니까.” 스승이 이렇게 가르칩니다.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가 없을 것이요. 제후가 참으면 땅이 커질 것이요, 벼슬아치가 참으면 그 지위가 올라갈 것이요, 부부가 참으면 일생을 같이 해로할 것이요, 벗끼리 참으면 서로 명예를 잃지 아니할 것이요, 내가 참으면 내게 화(禍)와 해(害)가 없으리라.”

깨달음이 더딘 제자가 다시 여쭙니다. “참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이까.” 스승은 인내로써 인내를 가르칩니다. “천자가 참지 않으면 나라가 빈터로 변할 것이요. 제후가 참지 않으면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될 것이요, 벼슬아치가 참지 않으면 법에 걸려 죽게 될 것이요, 형제가 참지 않으면 분거(分居)할 것이요, 벗끼리 참지 않으면 정의가 멀어질 것이요, 내가 참지 않으면 자신에게서 근심이 없어지지 아니하리라.” 어리석은 제자가 그제야 깨닫고 말합니다. “아아, 좋고도 좋으신 말씀이십니다! 참는 것은 어렵고 어려운 일일진대, 사람이 아니면 참을 수 없으려니와 참지 못하면 도무지 사람이 아니지요.” 공자님의 말씀대로, 함께 참음이 서로 이롭습니다. 자장이 터득한 깨달음처럼 함께 참아 화목함이 참으로 인간다운 것입니다.

당나라 장 공예의 집안은 자식을 낳아 한 집에서 길렀습니다. 자식의 자식이 장성하여 자손이 번성하여도 결코 세간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기를 9대를 내려오니, 식구가 이미 수백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그 가정은 언제나 화목하였고 인정이 두터웠습니다. 이 가문의 아름다운 소문은 당나라 황제 고종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황제는 기특히 여겼고 친히 행차하여 장 공예의 집을 찾았고 거기서 주연을 베풀었습니다. 그리고는 9대까지 내려오며 다툼 없이 화목한 게 무슨 비법이냐 묻습니다. 황제의 물음에 장 공예는 붓을 들어 참을 인(忍)자를 백 개나 씁니다. 그런 후에 비로소 입을 열어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살면서 화목하지 못함은 어른들의 의복과 음식이 고르지 못하거나 젊은이들의 예절이 잘못된 탓입니다. 저희집안은 오직 참는 것을 집안의 법으로 삼고 있습니다. 누구나 서로 이해하고 참으니까 자연히 말이 없고 화목하게 지내게 됩니다.”

강철왕으로 알려진 앤드루 카네기는 미국 자본주의 발흥의 가장 성공적인 사업가입니다. 어느 날 그가 한 도시의 시장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별 매력 없는 그림 한 점이 제일 중요한 위치에 걸려있습니다. 썰물 때 모래톱 위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낡아빠진 거룻배가 그려져 있습니다. 노는 볼썽사납게 나뒹굴고 있으며, 사람도 가버리고 파도조차 외면한 그야말로 쓸모없고 버림받은 듯한 처절함 그 자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그림입니다. 그러나 그림 밑에는 비범한 메시지가 쓰여 있습니다. “밀물은 반드시 온다.” 카네기는 매우 궁금해서 그림의 사연을 물으니 시장은 눈을 감습니다. 긴 한숨 끝에 천천히 자전적 고백을 털어놓습니다.

세일즈맨이었던 28세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실패를 거듭했고 말할 수 없이 큰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당시 어느 사무실을 방문하였다가 저 그림을 보았습니다. 순간 가슴엔 파도처럼 충격이 밀려왔습니다. 지금은 물이 빠져버린 썰물이지만 언젠간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는 생각이 물밀 듯이 맘속에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성공이 내게로 온다는 희망에 황홀감마저 솟았습니다. 그때 저는 용기를 내어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저 그림을 제게 주십시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인은 내 말을 기억하고 그림을 내게 주었습니다. 그 후 저는 날마다 그림을 들여다보며 절망의 생각을 희망의 생각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제가 되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젊은 날,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이 스물여덟의 세일즈맨에게 얼마나 뼈저린 일이었겠는가. 그러나 그 서툰 그림 한 조각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바꿀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혹독한 시련의 날 동안 단련한 인내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줍니다. 달걀을 깨뜨린다고 당장 병아리가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직 품고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예수님은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 하셨습니다(눅 21:19). 인내는 모든 고통에 대한 최선의 치료약입니다. 인내는 모든 가능성의 문을 엽니다. 그러므로 인내는 모든 일의 열쇠가 됩니다. 바울은 로마 사람들을 가르칠 때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희망을 이룬다.”고 가르쳤습니다(롬 5:3-4). 인내하지 못하면 자신을 잃을 것입니다. 그러나 극심한 환난 속에도 절망치 않고 인내하면 마침내 희망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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