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대법 “황색 땐 진입금지”
경찰 “교차로에선 서행 우선”…신호체계 조정 등 대안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황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해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버스기사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오태환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1시 15분께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이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오토바이 운전자 B(여·63)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가 몰던 시외버스는 교차로 신호가 황색에서 적색으로 바뀌는 순간에 교차로에 진입해 좌회전 신호를 받고 달리던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 판사는 “피고인이 신호를 준수하고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며 “다만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고 공제에 가입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황색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비보호 좌회전 차량을 들이받은 50대가 국민참여재판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는 등 충북에서도 황색신호 교차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잇단 사고 ‘딜레마 존’ 어쩌나

경찰은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를 교차로에 있는 ‘딜레마 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딜레마 존은 차로에 접근하던 차량 운전자가 황색신호를 보면서도 속도 때문에 정지하기 어려운 구간을 말한다. 황색 신호가 켜져 있는 중에 차량이 교차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신호 위반이나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 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교차로 접근 속도가 꼽힌다.

교차로마다 황색신호 시간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교차로의 황색신호와 전적색신호(교차로 내의 차량을 없애기 위해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에 적색신호를 켜는 것) 시간은 고정돼 있다.

경찰청의 ‘교통신호기 설치 및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황색신호 시간은 3~5초다. 도로구조나 통행량 등이 고려되는데 보통 교차로 정지선과 맞은편 정지선 간 거리가 25m 이하면 ‘3초’, 25~40m는 ‘4초’, 40m를 넘으면 ‘5초’의 황색신호가 주어진다. 이를 넘는 1~2초는 전적색신호로 볼 수 있다.

교차로에 접근할 때 ‘서행’하는 것이 딜레마 존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게 경찰과 교통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황색신호에서 차량은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 교차로 직전에 정지해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정지선·횡단보도 유무와 상관없이 황색신호에서는 교차로 진입이 금지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런 딜레마 존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3단계(녹색-황색-적색)’ 신호체계를 ‘4단계(녹색-녹색점멸-황색-적색)’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신호 잔여시간을 표기하는 방법이나 교차로 건너편 신호기를 교차로 접근부로 옮기는 방안도 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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