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옥천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인 죽향초에서 발견돼 정지용생가 앞으로 옮겨져 돌다리로 사용되고 있는 ‘황국신민서사비’에 대한 표지석이 세워졌다.

옥천군에 따르면 이 비석은 일제가 우리나라 민족성 말살을 위해 1937년부터 패망한 1945년까지 일제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맹세문을 적어 전국 곳곳에 세운 비석 중의 하나다.

죽향초에 있던 이 비석은 광복 후 통일탑으로 불리다 1993년 비로소 일제 잔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옥천군은 이듬해 일제 잔재청산 작업의 하나로 이 비석을 구읍에 있는 정지용생가 사립문 앞에 눕혀 돌다리로 만들었다. 생가를 오가는 방문객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는 이 돌다리에 대한 어떤 정보나 안내문이 없었다.

군은 최근 “이 다리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옥천 죽향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황국신민서사비’다. 광복 후 글자를 지우고 통일탑으로 사용되다 1994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 학생들에게 충성맹세를 강요한 내용이 새겨졌던 비로,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자료다”라는 글귀를 적은 원형 표지석을 세웠다.

한편 옥천 동이초등학교에서 발견된 또 다른 ‘황국신민서사비’는 현재 장계국민관광지내에 있는 옥천향토전시관 표지석으로 사용되고 있다. 표지석 하단에는 이 돌의 유래를 함께 표기해 뒀다.

군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들이 지역에 많이 있다”며 “군민들이 이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표지석 설치를 늘려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제는 중·일 전쟁의 서막을 연 1937년 옥천 창명보통학교(현 죽향초등학교)는 물론 관공서와 회사 등의 조회를 통해 내선일체, 황국신민화를 낭송하도록 강요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국에 이 맹세문이 적힌 비석을 세웠다. 옥천 이종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