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민 선호도 조사 통해 왕벚나무 식재"…숲속공원 조성

(동양일보 윤규상 기자) 충주지역 한 시민단체가 조선시대 국태민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던 사직산에 공원 조성을 이유로 식재한 벚나무는 역사 왜곡의 상징이라며 철거를 주장했다.

충주역사바로세우기 시민모임은 20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주 사직산은 토지 신과 곡식 신에게 국태민안과 풍년을 빌며 제시를 지내던 왕조와 백성들의 의지처로 국가 차원에서 중요시되던 장소”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1912년 일제강점기에 사직단을 허물고 그 자리에 건국신화 주역인 천조대신을 안치하고 신사를 건립한 곳”이라며 “일제는 사직산에 벚나무를 심고 각종 시설을 설치하며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왜곡 굴절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충주시가 사직산에 벚꽃동산을 조성하며 자라나는 나무를 베어내고 벚나무를 심었다”며 “이곳에 일본 제국주의 상징이며 일본 국화로 인식되고 잇는 벚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도 했다.

이 단체는 “벚나무 식재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벚나무 제거와 이전을 시에 요구한 결과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며 “벚나무 식재 시 시민 선호도 조사 공개와 자료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시가 일제의 의해 훼손된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휴식과 휴양을 위해 벚나무를 심었다는 답변은 충주 역사를 모독하는 망언”이라며 “사직산 벚나무가 한국이 원산지인 왕벚나무로 괜찮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시와 관계공무원은 사직산 벚나무를 제거 또는 이전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지속적으로 벚나무를 제거할 때까지 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해 3월 57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사직산 배수지에 6∼7년생 왕벚나무 468그루를 심었다.

사업추진과 관련, 시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와 낙엽으로 배수구 막힘 현상 등 민원이 발생해 왕벚나무로 수종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제주도가 원산지고 일본 국화도 아닌 왕벚나무를 대체 수종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벚나무를 제거해 달라는 요구는 무리고, 시민과 함께하는 사랑받는 숲속공원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주 윤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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