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유다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업무에 시달리거나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나는 전시회를 찾는다. 미술관 특유의 정적 속에서 그저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다. 에바 알머슨이라는 화가를 알게 된 계기도 같은 이유였다. 어떤 전시인지, 화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사전 조사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2년 후 에바 알머슨의 세계 최대 규모 전시가 있다고 해 다시 전시회를 찾았다.

전시회 입구에 쓰인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이라는 글씨만 보고도 그녀의 그림들이 떠올라 웃음 짓게 됐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강아지 ‘페트라’가 반겨줬다.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이름이 다 같다고 했다. 그것부터 그녀가 유머스럽고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총 8개의 ROOM(방)으로 이뤄진 전시 중 첫 번째인 ROOM 1에서 처음 마주한 작품 ‘활짝 핀 꽃’은 전시회를 온 모든 이에게 방문해줘서 감사하다는 환영한다는 의미와 느낌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그 그림을 보자마자 하와이의 꽃목걸이인 ‘레이’가 생각난 거 보면 작가의 의도가 잘 통했다고 생각했다. 그림에는 스페인어로 ‘당신의 내면엔 꽃이 있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어요.’라고 적혀있는데, 그 글을 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내면에 있는 꽃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제일 시간을 많이 할애한 ROOM 2에서는 너무 가까이에 있어 무심코 지나가는 소중한 시간, 바로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이 그려진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이다. 가족들이 식사하는 모습의 조형물도 전시돼 있는데,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일상이 그녀의 그림을 통해 나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은 아침식사는 꼭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가 귀찮고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계획을 잡아서 어디를 놀러 갔던 일도 생각나지만, 식사시간에 가족끼리 둘러앉아 학교나 회사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상을 나눴던 일이 더 따듯한 기억으로 남는 걸 보면 굳이 꼭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생활도 가족과 함께라면 특별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즐거운가를 깨닫고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과 행복감을 직접 경험하며, 따스한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가까운 곳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가고, 가까워서 상처를 더 주기도 하는 것이 가족이라 생각된다. 그런 가족의 참 의미와 행복했던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났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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