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석갤러리, 진화하는 예술언어 회화

정석우
이충우
신현정
박영학
고헌
김효숙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청주대학교 청석갤러리가 오는 30일까지 '진화하는 예술언어, 회화(Evolving Art Language, Painting)'전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는 허수영, 고헌, 박영학, 이충우, 신현정, 양유연, 하지훈, 정석우, 김효숙, 전병구 등 10명이다. 자신만의 고유언어를 활용한 작업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현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작가들이다.

고헌 작가의 회화는 고전적인 틀을 깬 회화라고 할 수 있다. 캔버스에 그리는 정형화된 방식에서 벗어나 알류미늄 판에 그라인더와 샌드페이퍼로 새겨 넣는 방식을 택했다. 표면의 반사 효과로 그의 회화는 관람객의 망막에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신현정 작가는 자신의 삶속에서 경험한 느낌과 정서를 회화로 표현한다. 그는 철제나 각목으로 프레임을 만든 뒤 직접 찌고 말린 캔버스 천을 결합해 회화적 캔버스를 보여준다. 2차원의 회화세계를 실재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양유연 작가의 작품은 사회적 현실과 개인의 현실의 미묘한 어긋남을 마내킹을 통해 들춰낸다. 쇼윈도에 진열된 마네킹은 자본주의 사회의 매혹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역할이 부여되지만,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마네킹은 산업폐기물로 전락하여 혐오를 조장할 뿐이다. 이것은 ‘20세기의 거대 공포’를 넘어서는 ‘21세기인들의 미시적 불안’을 극명하게 지목한다.

이충우 작가는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작품으로 구체화 되는지 그리기와 쓰기, 말하기 등으로 보여준다. 창작자가 행하는 예술의 재현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답함으로써 예술의 생산과 재생산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전병구 작가는 주변의 대상들이 보내오는 신호를 채집해 그에 대한 화답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때의 그림은 원래의 의미 대신 전혀 새로운 감성과 조형성을 갖는다. 그림이지만 기호이고, 재현성을 지녔지만 추상성에 가까운 작품들이다.

허수영 작가는 시간과 공간이 자아낸 풍경들이 쌓여 이뤄낸 퇴적층과 같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현실의 모든 존재들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섭리에 따르듯이, 허수영의 회화에서도 대상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 구조에 순응한다.

박영학 작가의 정원 연작은 전통 수묵화의 매체와 기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대 수묵화로 진화한 양상을 보여준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결코 멀리 있는 광대한 산야에서, 혹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 자연과의 교감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말한다.

김효숙 작가는 현대 문명, 사회 구조, 인간 실존의 카테고리 사이에서 야기되는 욕망, 파괴, 결핍, 상실, 소외, 불안, 혼돈과 같은 수많은 부작용적 요소들을 폭로하고, 하지훈 작가의 'gemstone isle'은 말 그대로 원석으로 이뤄진 섬을 그린 그림이다. 순도 100%의 원석들이 저마다의 고유색을 발광하며 화려하고도 감각적인 자태로 인간의 물욕을 자극하는 듯, 혹은 물욕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 매우 유혹적으로 다가오지만 그저 '돌섬'일 뿐이고, '그림'일뿐인 것이다. 심리를 교란하고, 곧 추스르게 하는 회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정석우 작가는 세상의 현상과 흐름, 변화를 자신의 내면 깊숙이 담갔다가 캔버스 위에 순수한 조형언어로 펼쳐놓는다.

평론을 쓴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작가들이 저마다의 눈과 정신으로 구현한 회화세계는 다채롭고도 경이롭다”며 “작품들은 회화이기도 했고, 회화를 넘어서는 회화이기도 했다. 회화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태철 청주대 교수는 “참가 작가들 모두 앞으로의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들”이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작업을 하는 그 치열함에 기대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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