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극복 피아노 연습 매진
25일 첫 독주회 갖는 신재령씨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5살 때였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앞은 볼 수 없었지만 피아노를 통해 세상을 만났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신재령(22·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씨의 이야기다.

“14살에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취미였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서 결국에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어요.”

배제대 3학년에 재학 중이며 전다미 피아니스트와 배상인 배제대 강사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그는 오는 25일 오후 4시 청주동부창고 34동 다목적홀에서 첫 독주회를 갖는다.

그는 점자 악보를 통해 곡을 익힌다. 눈으로 악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곡을 완벽히 외워야 공연을 할 수 있다. 한쪽 눈은 실명 상태고 다른 한쪽 눈으로는 형체만 볼 수 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정확한 시력은 알지 못한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연습에 매진한 신씨는 2017년 한국음악협회 콩쿠르 최우수상,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피아노 부분 최우수상, 2016년 TJB 음앙콩쿠르 금상, 2015년 한국음악교류협회 콩쿠르 대상 등 이미 다수의 대회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때는 장애를 원망한 적도 있어요. 피아노 연습도 너무 힘들어서 비관에 빠진 적도 많아요. 그때마다 청각장애였던 베토벤이나 저처럼 시력을 잃었던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힘을 냈어요.”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는 지난 1월 열렸던 ‘한·중 국제콩쿠르’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또 어머니 이정화씨도 큰 힘이 됐다. 신씨가 좁은 틀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다니며 세상을 만나게 해줬다.

피아노를 향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최근에는 연습에 매진하기 위해 분평동에 집을 구해서 나온 것. 아파트에서는 이웃들의 눈치가 보여 연습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방음시설까지 완벽히 갖춘 연습실을 구한 것이다.

“다른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에요. 피아노 선생님들과 저에게 매달 장학금을 지급해주시는 김선태 실로암안과병원장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흐의 ‘평균율 프렐류드와 푸가f단조’와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쇼스타코비치의 ‘24개의 프렐류드 중 2번’,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등 5곡을 들려준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관객들도 익숙한 음악가들의 곡으로 구성했다.

“많은 분들이 공연에 와서 제 연주를 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자주 연주회를 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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