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충남 서북부 이웃인 보령시와 태안군이 ‘원산안면대교’라는 연륙교의 명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령시는 지명에 원산도라는 이름이 반영된 만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태안군은 군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 양 지역이 마찰을 빚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21일 지명위원회를 열고 보령∼태안 국도 77호 선상 해상교량의 명칭을 ‘원산안면대교’로 심의.의결했다.

시설물의 명칭을 제정할 때는 위치와 지명 등에 근거한다는 국토교통부 지명 제정 표준과 원칙에 따라 지명위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도는 설명했다.

하지만 태안군은 이번 도 지명위원회에서 의결한 ‘원산안면대교’는 지역 간 분란과 혼란을 초래한다며 절대불가 방침이다. 기존 안면도 연륙교 명칭으로 ‘안면대교’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태안군의회는 22일 오후 충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도 지명위원회가 원산안면대교라는 기괴한 이름을 만들어 냈다”며 “ 도 지명위원회 심의 결과를 수용할 수 없으며 조속히 재심의하라”고 했다.

이들은 “군산과 서천을 잇는 연륙교의 명칭도 양 지자체의 시목과 군목인 동백나무의 이름을 따서 '동백대교'로 명명된 사례가 있다”며 “태안군과 보령시의 군목·시목이자 주탑에 형상화한 소나무의 이름을 딴 '솔빛대교'가 최선의 명칭”이라고 주장했다.

허재권 태안군 부군수도 이날 오전 태안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충남도 지명위원회가 시와 군, 충남도에서 제출한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지명을 결정했다"며 "시장·군수의 의견을 듣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재심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태안군은 연륙교 명칭을 '소나무 형상의 주탑과 어우러진 희망의 빛'을 형상화해 설계된 점 등을 반영해 솔빛대교라는 명칭으로 제정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에 보령시는 솔빛대교라는 명칭은 표준어가 아닌 소나무와 빛을 합성해 임의로 만든 조어로 지명 제정 원칙에 어긋난다며 '원산대교'로 지을 것을 요청했다.

양측이 합의에 실패하자 충남도가 3안인 '천수만대교'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지명위 위원들은 새로운 명칭 안인 원산안면대교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보령시 관계자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표준화 편람'에 따르면 표준어가 아닌 지명은 사용을 배제하도록 돼 있는 만큼 솔빛대교라는 이름은 맞지 않다"며 "원산과 안면을 잇는 교량인 만큼, 지명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충남도는 새로운 지명을 국가지명위원회에 보고,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장인철 정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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