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검사가 법 위반 엄벌해야” 징역 1년에 집유 2년 구형 전 검사 A씨 “업무 미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 줘 죄송”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위조해 기소된 전직 검사에게 집행유예가 구형됐다. 최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간부들이 경찰에 입건되는 원인이 된 사건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부산지법 형사5단독 서창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전직 검사 A(여·3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범행을 부인하며 실무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범죄를 처벌해야 할 검사가 오히려 법을 위반해 엄벌하지 않으면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일 수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변호인은 “고소장 작성에 대한 검찰 내부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며 “고소장을 분실해 복구한 차원일 뿐 위조가 아니다”고 선처를 부탁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업무가 미숙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점 죄송하다”며 “당시에 한 달 동안 300건 가까운 사건을 처리했는데, 각하된 사건으로 문제가 될 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술 도중 “20대를 다 바쳐 법조인이 됐는데 이 사건으로 그만뒀다”고 흐느끼기도 했다.

A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근무하면서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자 실무관을 시켜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공문서위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A씨는 사표를 제출했고, 당시 검찰은 별도 징계나 감찰 없이 A씨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를 두고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일자 검찰은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해 10월 A씨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과 관련,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A씨 사건을 무마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고, 경찰은 지난 15일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31일 임 부장검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 고검장은 사건 당시 부산고검장이었고, 조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당시 대검 감찰1과장이었다.

A씨 1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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