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최혜진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 누군가가 요즘 어떠냐고 물어보면 “담담하다”, “아직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지만 솔직히 초조하고 복잡하고 뭐 하나 안 챙겨 큰일이 날 것 같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결혼이 새로운 시작이긴 하지만 딸에서 여전히 딸로, 언니에서 여전히 언니로 그냥 일상이 변함이 없는 것도 사실 맞다.

매일 익숙하게 퇴근하던 퇴근길 경로가 변하는 게 가장 큰 변화랄까? 결혼을 이틀 앞두고 나의 무덤덤함인지는 몰라도 큰 변화를 잘 모르고 결혼 준비를 했는데 가족들은 변화를 크게 느끼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엄마가.

결혼식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달라지는 엄마의 눈빛, 무덤덤한 나도 그건 느낄 수 있었다. 애써 D-DAY를 세어가며 엄마에게 덤덤한 척했지만, 복잡 미묘한 감정의 변화라고 할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엄마도 회사 일이 바쁜 척 나름대로 나에게 복잡 미묘한 심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루하루를 바삐 보내고 나 역시 신혼여행 기간 동안 업무처리로 바쁘다며 서로의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이번 주를 보내고 있다.

잠이 오지 않아 복잡 미묘한 생각이 들까 봐 신혼여행 가방을 챙기면서 자연스럽게 내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니 이제 정말 시작인가 싶기도 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지 하나뿐인 여동생은 신혼여행 가서 내 선물은 뭐 사 올 거냐며 신부(新婦)처럼 들떠 있고 아빠는 입장할 때 누구 손을 위로 올리는 거냐며 갑자기 연습을 하자고 하신다. 나는 엄마의 달라지는 눈빛을 읽었으면서도 다시 한 번 동생에게 엄마 요즘 어떠냐고 무덤덤한 질문을 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 앞에서 엄마와 나는 서로 대치하며 지내고 있다. 나의 결혼에 엄마는 모든 오감을 작동해 온 신경을 나에게 쏟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다른 가족들도 조금씩 변화를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결혼하니 좋으냐고 친구가 물어 보기에 결혼보다 신혼여행이 더 기대된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기대되고, 조금은 힘들고 무섭다.

새로운 시작이니 설렘이 맞다. 복잡 미묘한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나머지 남은 기간 섬세한 피부 관리와 다이어트에 올인 해 불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고 즐겁게 준비할 것이다. 신부의 어떤 대단한 각오는 없지만 나의 원래의 씩씩함으로 엄마와의 복잡 미묘한 대치를 즐겁게 하고 싶다.

앞으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어떤 어려움도 있을 테고, 새로움도 있을 테고, 후회(?)도 있겠지만 새로운 사람과 함께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갈 것이다. 아마도 나의 지혜로움이 있다면 그건 분명 그동안 엄마의 오감 작동으로 나에게 전달해준 든든한 지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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