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옥기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백옥기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동양일보)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구,청주YWCA여성인력개발센터)는 1995년 9월 여성전문직업교육기관인 ‘청주 YWCA 일하는 여성의 집’으로 개관하였다. 약 25년간 충북 여성들의 전문직업교육훈련을 담당하고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여성의 취·창업을 지원해 온 기관으로, 나는 2014년부터 이곳의 관장을 맡고 있다.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와의 만남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후 육아를 위해 13년간 직장을 떠나있던 나는 1998년 어느 여름날 친구와 함께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여성인력개발센터를 방문했고, 이것이 센터와의 첫 만남이었다.

1999년 6월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로의 첫 출근은 내 인생에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13년 경력단절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으며, 그때는 지금의 내가 20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근무하고 정년은퇴까지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 남편, 가정으로만 채워져 있던 내 인생에 ‘일’과 ‘직장’이 들어왔고,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여성’과 함께 걸어온 것이다.

지난 20년간의 시간은 짧고도 긴 듯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이곳에서 간사로 시작해서 팀장, 총무부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기까지, 여성인력개발센터의 모든 부서를 순회하며 근무했다는 사실에 감회가 깊다.

근무하는 기간 동안 어려운 고비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0년, 센터가 임차한 건물이 부도 위기에 몰려 전세보증금을 보전 받지 못할 상황에 닥쳤던 때다.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고 매일이 전쟁이었으나,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센터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쳤고, 청주 YWCA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이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마음이 모여졌다.(이때부터 나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인생의 신념으로 가졌다.) 당시 청주 YWCA 정동신 회장님을 비롯하여 센터 전 직원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매일 저녁기도회를 가졌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노력, 특히 충청북도의 지원과 협조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센터는 교육프로그램 수료 후 사후관리와 친목도모를 위해 동아리를 결성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2006년에는 이런 센터 내 모든 동아리 연합체인 ‘민들레 봉사단’을 창단하였다. 이 봉사단은 2006년부터 청주시 시작장애인협회 회원 동반 등반대회를 매월 진행하였는데, 이 활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센터는 단순히 여성의 직업교육훈련, 취업연계의 기능에 머물지 않고, 이웃과 지역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함께 소통하고 연대함을 통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충북도가 청년여성 일자리 지원체계마련을 위해 공모한 ‘청년여성일자리종합플랫폼사업’에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가 선정된 것이다. 평소 청년여성의 지역 외 유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 사업 공고 소식을 듣자마자 센터 모든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벤치마킹을 가고, 좋은 의견을 모았다. 이 플랫폼 사업은 일자리에 관한 정보가 모이고 제공되는 기본적인 ‘플랫폼’기능 이외에, 청년 여성들이 ‘소통’하고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청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소통을 통해 일자리 및 청년 문화를 형성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일자리정책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본연의 의미이외에도 공동의 이익, 사회적 가치 실현 등 경쟁과 이윤을 넘어 상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 또한 중요한 가치이다.

충북여성인력개발센터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광역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며, 나는 이런 기반을 마련하고 퇴임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매일 매일 발전하는 충북을 지켜보며, 충북의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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