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데는 두 가지 영역이 있다. 첫 번째는 싸우지 않고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정략(政略)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동맹을 결성한다든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의 현란한 외교력이 동원된다. 두 번째는 힘을 배양하여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태세를 구축하는 전략(戰略)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적절한 군사력을 갖추는 양병(養兵)과 군사력을 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용병(用兵)의 기술이 필요하다. 일찍이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군사력이 없는 외교는 은행의 잔고도 없이 수표를 발행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군사력과 외교력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그의 통치술에 힘입어 19세가 말에 통일된 독일제국을 탄생했다. 정략과 전략의 조화와 균형, 즉 정·전략(政·戰略)이야말로 국가의 안보를 도모하는 기본이다. 정략과 전략 중 무엇이 중요하냐를 따지는 건 마치 직사각형 면적을 구하는데 가로가 중요하냐, 세로가 중요하냐를 따지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논쟁이다.

1931년에 만주 괴뢰국을 세운 일본 육군은 1937년에 중국 본토로 거침없이 진군하는 중일전쟁에 나선다. 이런 군사행동은 일본 국왕의 어전회의와 고노모 후미마로 내각이 대본영을 통해 하달한 전략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었다. 도조 히데키 참모장 등 관동군과 조선군사령관 고이소 구니아키 중장을 비롯한 일본 육군은 눈앞의 손쉬운 승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애초 이시하라 간지와 같은 일본의 전략가들은 무리한 전쟁을 벌이지 않고 일본이 아시아의 지도국으로 부상한다는 현실주의적 구상, 즉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정·전략 개념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육군 중앙부와 관동군은 이를 비웃으며 오직 군사적 승리만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고 동아시아 전체를 전쟁터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진주만까지 침공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500만 명의 인명피해와 원자폭탄 피해가지 초래한 국가의 파멸을 불러오게 된다. 같은 시기 독일의 히틀러 역시 유서 깊은 독일 총참모부의 군사 지휘기능을 무력화하고 37명의 군사 지도자를 음모를 꾸며 숙청한 다음 자신이 직접 군 총사령관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인 1939년 1월에 이미 패배가 예정된 모스크바를 향한 무모한 진군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일본 육군의 중국과 미국 침략을 선동하는 효과까지 발휘했다. 이런 광기는 바로 정략과 전략의 균형이 완전히 파괴되는 증상을 드러낸다.

지금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은 장기적 안목에서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는 정·전략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북한과 군사합의서를 체결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의 경로를 찾아내는 외교술은 공존공영의 한반도 시대를 여는 정략의 영역이다. 또한 기존의 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면서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전략의 영역이다. 이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건 어리석음으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군대는 정부와 달라야 한다”며 분열을 조장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험한 사상이다. 며칠 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방 부대를 방문하여 “남북군사합의를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그는 “군은 정부, 국방부의 입장과도 달라야 한다”며 마치 항명을 촉구하는 것으로 비춰질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 발언의 취지가 안보를 걱정하는 마음인 것은 이해하지만, 민주 헌정체제의 기본인 군에 대한 정부의 통제의 당위성, 즉 문민통제(civil control)까지 부인하겠다는 의도라면 곤란하다.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책임은 매우 막중하다. 그런데 필자가 이렇게 지적을 한다한들 군대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황교안 대표가 이를 알아들을 수 있을지, 그게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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