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 국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공무원에는 주민센터, 구청, 시청 등등 여러 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날로 증가하는 국민들의 공무원의 대한 국가에 대한 요구와 기대치에 발맞춰 민원 행정은 양적인 팽창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복잡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관공서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각종 통신․네트워크와 연결된 단일 창구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번거로움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출입국 사실 증명서,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의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명서, 국세 납세 증명서 등이 그 예이다. 이에 따라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수십 가지의 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구비 서류와 법령들을 익히고 있어야 한다. 사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주민센터에서 이렇게 많은 민원서류를 발급해주는지 전혀 몰랐다.

담당자가 자신의 업무를 숙지하고 개정된 최신 법령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한 해에도 수차례씩 민원 처리 방법이 바뀌고, 거의 접할 일이 없는 희귀한 사례의 민원 하나하나에까지 통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부 처리 방침이 바뀔 때마다 중앙부처 또는 시․구에서 교육을 실시하지만,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민원인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져 불만이 고성, 때로는 “너 당장 나와”하는 폭언으로 나에게 돌아올 때는 나도 모르게 서러움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구청으로 인사이동돼 새로운 업무 파악으로 정신 와중에 목소리가 우렁차신 어르신이 오셔서 “도로 점용료 부과 담당자가 누구냐.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라며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나를 찾으셨다. 인사이동 얼마 후 정기분을 부과해서 사실 도로 점용료가 뭐라고 설명해줄 약간의 지식조차 없어 내 목소리는 점점 쥐구멍을 찾아 들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팀장님과 동료 주무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내 담당 업무를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다면 주변의 도움 없이 민원처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자책하고 구청에 와도 민원은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강한 민원인을 상대하면 갑자기 피곤이 밀려온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피로를 어떤 식으로 해소할지에 대한 고민도 대민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다양한 요구의 증가로 공무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민원인과 공무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민원 행정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면서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또한 강한 민원인을 만나도 담대히 처리할 수 있는 단단한 업무의 지식과 마음의 지혜는 내가 풀어야 할, 어쩌면 평생 풀어야 숙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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