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류택현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올해 1월 초 아내가 임신했다는 반갑고도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이맘때쯤이면 좋은 소식 있어야 되지 않겠냐’라는 주변의 인사말에 허허 웃긴 했지만 내심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던 결혼 3년 차였다. 며칠 후 병원에 갔다가 아직은 초기라 확인할 수 없다며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섞인 일주일을 한 달처럼 보낸 뒤 간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내가 아빠가 된다니!’

막상 임신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니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축하 인사말을 들으니 서서히 실감이 나면서 구름에 붕 뜬 듯 기쁘고 설렜다. 나보다 더 기뻐하는 아내를 보며 ‘이제는 집안일도 내가 더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행복하기만 했던 일주일이 지난 뒤, 아내가 입덧을 시작했다. 속이 메슥거린다던 아내는 며칠이 지나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TV 드라마에서 ‘우웩 우웩’하며 헛구역질하던 배우들의 모습은 약과였다. 음식 냄새는 물론이고 비누․치약 냄새 때문에 씻는 것도 괴로워했다. 하루 종일 바나나 한두 개와 물만 마시고도 울렁거리는 속을 달랠 수 없어 끙끙 앓는가 하면, 어느 날은 복통, 어느 날은 허리 통증으로 아파하며 울었다.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심정이 어찌나 괴롭던지. 출근해서도 직장에서 고생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초기에는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갔는데, 아기가 잘 있을까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아내를 달래주는 것도 내 몫이었다. 몸 고생, 마음고생하는 아내를 보며 ‘부모가 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됐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출산율 절벽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들어 평균 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0.98명, 0명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출산율이 2.1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데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치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되면 한 반에 많아야 10명 정도라고 하니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은 정말 축복받고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부부가 겪어야 하는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감을 고려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출산과 자녀 양육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시각도 많이 변화된 것 같다. 소위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했던 부모님들 세대에 비해 지금의 젊은 부부들은 경제적․문화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식을 낳고 기르려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나부터도 둘째를 낳을 것인지 질문 받았을 때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이 떠오르니 말이다.

올해 들어 정부에서 임신 의료비 및 자녀 수당비 확대, 난임 치료비 지원 횟수 증가 등의 여러 반가운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서 더욱 많은 부부들이 임신의 즐거움을 누리고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시대가 앞당겨지길 기대해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