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문화에 노닐면 역사에 영원하다. 율곡 이이의 용기(龍氣)는 6.26전쟁 때 낙동강방어선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려있다. 그러니 퇴계 이황처럼 지금의 선유구곡 쌍곡구곡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이이는 황해도 고산면 석담리에 고산구곡(高山九曲)을 설정하고 한글로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를 지었다. 이이의 서현손(庶玄孫)인 이석(李[禾+奭])이 「고산구곡도」를 그렸다. 율곡을 숭상한 우암 송시열은 고산구곡과 「고산구곡가」 「고산구곡도」를 통해 학통을 계승하고 구곡문화를 융성케하는 새로운 문화적 기풍을 조성했다. 구곡을 그린 그림이 구곡도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구곡도는 6종이다. 중국의 무이구곡을 그린 「무이구곡도」를 제외하고 그렇다.

무흘구곡도첩(武屹九曲圖帖)는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가 정한 구곡을 후대에 김상진(金尙鎭)이 그렸다. 포천구곡도(布川九曲圖)는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1792~1871)가 경북 성주시 수륜면 일대에 정한 포천구곡을 그린 그림이다. 곡운구곡도첩(谷雲九曲圖帖)은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이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일대에 설정한 곡운구곡을 조세걸(曺世傑 1636~1705이후)이 그린 것이다. 백련서사산수도(白蓮書社山水圖)는 최남복(崔南復 1759~1814)이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일대에 백련구곡(白蓮九曲)을 설정하고 그린 그림이다. 
퇴계는 구곡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곡도는 없고,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이 1폭에 도산서원일대를 그린 『도산도(島山圖)』 일명 『도산서원도(陶山書院도)』가 있다. 
2018년까지 필자가 확인한 화양구곡도는 9종이다. ①김진옥(金鎭玉 1659∼1736)의『화양구곡도(華陽九曲圖)』는 권상하가 설정한 최초의 화양구곡을 그린 것이다. ②충북대박물관 소장『화양구곡도첩(華陽九曲圖帖)』이 있다. 필자는 이를 최초로 학계에 소개했으며 권신응이 1756년 그린 것으로 판단했다. ③이형부(李馨溥 1791~1851)의『화양구곡도』는 민진원이 정한 화양구곡을 1809년에 그린 것이다. 송준호가 소장하고 있다. ④김녹휴(金祿休)가 소장했던 화양산수병(華陽山水屛)이 있다. ⑤안씨(安氏) 소장『화양구곡도』는 김녹휴(金祿休 1827~1899)의 신호집(莘湖集), 「제화양산수병(題華陽山水屛)」를 통해 알았다. 윤진영의 「조선시대 구곡도 연구」에 소개했다. ⑥기동관(奇東觀) 소장 화양산수병(華陽山水屛)이 있다. ⑦소장자 성명 미상의 화양산수병은 안씨(安氏)가 소장한『화양구곡도』를 곽씨가 모사한 작품이다. ⑧ 조선민화박물관 소장『화양팔곡도』병풍이 있다. ⑨유미숙(兪美叔) 소장 『화양도첩(華陽圖帖)』은 정은주가「화양구곡도를 통해본 우암 학통의 계승 양상」에 소개했다. 이렇듯 구곡도 중에 가장 많다. ②③⑧번이 남아 있다. 
우암은 이덕사(李德泗1581~1636)의 딸과 혼인했다. 이원순(李源順)은 화양구곡을 그림으로 그릴 마음을 가졌다. 이 염원은 그 아들 계서(溪墅) 이형부(李馨溥 1791~1851)가 1809년 화양구곡도를 완성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형부는 이덕사의 9대손이다. 우암의 10대손 송낙헌(宋洛憲 1891~1944)은 1924년 이형부가 그린 화양구곡도에 ‘화양구곡도(華陽九曲圖)’라 제목(題目)을 썼으며, 그 조부 송달수(宋達洙 1808~1858)가 지은 「화양구곡차무이도가운(華陽九曲次武夷棹歌韻)」10수를 써넣었다. 2016년부터 창의융합교육학문이 한국의 새로운 시대어이다. 구곡은 시가(詩歌)라는 운문(韻文)으로 기(記)라 산문(散文)으로 회화(繪畫)라는 예술(藝術)로 창의융합예술작품을 완성하는 매개가 되었다. 현존하는 이형부의 『화양구곡도』는 3인이 시서화(詩書畵)를 창의융합적으로 발휘한 현존 최초의 화양구곡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듯 이덕사가문은 누대에 걸쳐 도통의식을 구곡시(九曲詩) 서예(書藝) 구곡도(九曲圖)로 구현하여 구곡문학예술을 융성하게 했다. 이렇듯 혼인으로 맺은 두 가문이 여러 대를 거쳐 도통의식을 유지하고 구곡가와 구곡도를 창작한 사례는 처음이다. 
자기 인생과 가문의 장기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시서화에 이입하여 후손에게 계승시키면 그 가문은 문화예술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문화에 노닐면 역사에 영원하다. 호국의 달 6월이다. 6.26전쟁 등 국난 때 마다 호국한 선열들에게 충심으로 감사하고 ‘문화산수 구곡관광길’을 답사하며 문화의식과 충효절의정신을 다지는 것도 국민다운 국민의 도리를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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