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동양일보) 청주 시내 각 동마다 매달 복지단체에서 주관하는 노인 무료급식 행사에 가보라. 부녀회원들이 배식을 하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나르며 문화예술인들이 어른들을 즐겁게 하는 공연을 한다. 지역이 하나가 되어 노인과 함께 공동체의 따뜻한 정을 피운다. 이윽고 복지단체에 감사의 박수가 쏟아지고 노인 복지를 외치는 정치인들에게는 찬사가 쏟아진다. 언뜻 보면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러나 정말 바람직한 일인가. 노인들 잔뜩 줄 세워서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는 마치 도덕적 의무를 다했다는 식이라면 차라리 이런 행사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가만히 보면 이른 시간부터 나와 삼계탕 한 그릇, 국수 한 그릇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저 분들은 배고픈 노인 난민들이다. 오래 전에 그 분들이 전쟁에서 겪었을 피난 행렬의 재현이다.



필자는 지난 석 달 동안 직원들과 함께 청주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이라는 상당구의 60개 경로당의 실태를 조사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생활수준이 괜찮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월마다 경로당에 일정 금액이 지원된다(용암1동 주공1단지 아파트 20만원 지원). 문제는 생활수준이 낮고 지원도 없는 주택가나 면단위 경로당이다. 여기서는 일제히 쌀과 부식의 부족을 하소연한다. 현재 청주시는 동 단위 경로당에는 1년에 일반미도 아닌 정부 비축미 20kg 6포대, 면 단위 경로당에는 7포대를 지원한다. 경로당의 노인 회원 숫자와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지급하는 저 품질의 쌀이다. 북한에 쌀을 지원한다는 나라가 이렇게 노인들에게는 무성의하다. 김치와 반찬 등의 부식은 알아서 조달해야 한다. 쌀과 부식이 부족하니까 노인회 회장이나 간부가 나서서 여기저기 사정을 해서 협찬을 받거나 사정을 해야 한다. 그나마 쌀을 확보해도 이번에는 밥을 할 도우미가 없다. 몸이 불편한 노인 중 누가 수십 명 분의 식사를 도맡아 하겠는가. 이런 노인들의 식사는 밥 한 그릇에 반찬이 많아야 2개, 그나마도 감지덕지다. 이런 곳이 단독주택이 밀집한 영운동 부근의 영우리 경로당, 생이 경로당, 진흥경로당, 금천 현대 경로당, 영세 경로당 등이다. 가스레인지는 노후화되어 고장이 잦고 정수기도 기능이 정지되었으며 김치냉장고는 아예 냉동고로 변했다. 신발장도 없고 TV 받침대도 무너지려고 하고 있다. 이런 곳이 진흥 경로당, 신라송림아파트 경로당이다. TV도 낡아서 화면이 형편없고, 할아버지 방이 없어 할머니 눈치만 보는 경로당이 진흥 경로당이다. 소파가 없어 몸을 쉬게 할 수가 없는 이곳은 복지 공간이라기보다 난민 수용소에 가깝다.



혹자는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 지원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런데 “노인이 은행에 갈 수 있겠냐”며 그 연금 통장을 자식이 가져가 버렸고, 정작 자신에게 그런 돈이 나오는 줄 모르는 노인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경로당에 쌀과 부식을 사기위해 걷는 회비를 내지 못한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이 노인들은 점 10원짜리 고스톱 판에도 끼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구경만 한다. 이런 사정을 주민센터, 시청 노인장애인과, 청남 시니어클럽에 알리며 도움을 촉구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에도 후원을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전부 “곤란하다”, “예산이 없다”는 것. 대단위 아파트와 영세 단독주택 경로당을 구별해서 지원을 달리하는 상식적인 정책은 현재의 무사안일한 공무원들에게 너무 과도한 요구였다. 이런 무관심 속에 청주시 우울증 환자와 자살자의 70%를 노인이 차지하고 있다. 절반이 빈곤층인 노인은 지방정부로부터 시민의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 외롭고 배고픈 이들을 줄 세우지 말라. 앉은 자리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하자. 굳이 줄 세우고 박수 받는 일이 그렇게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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