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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대학의 본질은 진리이다
풍향계 / 대학의 본질은 진리이다
  • 동양일보
  • 승인 2019.06.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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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대학에서 또다시 정도에서 벗어난 부정이 자행되었단다. 국립 서울과학기술대 전기정보공학 과 이모교수가 자기 아들을 위하여 동료교수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빼돌려 공무상 비밀누설 및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4년 6~9월 동안 외부강의에 필요하다며 동료교수로부터 자료를 받아 갔다. 이들 자료 중에는 2년 동안 출제한 시험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자료들은 목적한대로 해당강의를 듣던 아들에게 넘겨졌다. 아들이 치른 4차례 시험에는 포트폴리오 문제 중(강의안, 과거 시험문제 자료) 50~72%가 재 출제 됐다. 이 교수의 아들은 서울과기대 편입 뒤 아버지 강의 8개를 수강하여 모두 최고학점인 A+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이 대학 다른 교수 2명도 딸을 조교로 써 달라는 행정직원의 부탁을 받고 부정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서류점수가 낮았던 직원 김모씨의 딸에게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줬다. 소속 대학에서는 재판결과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하겠단다.

이 건은 세상사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일반 부정현상들과 비교하면 작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학이 가지고 있는 숭고한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인 것이다. 대학은 ‘코끼리가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난 은밀한 곳으로 가서 최후를 맞게 되고 그 곳에 죽은 코끼리의 상아(위턱에 길게 뻗은 두 개의 앞니)가 탑처럼 쌓이는 것과 비슷하게 대학은 속세와 거리를 두고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한다는 의미로 상아탑(象牙塔)이라 불려 지다가’ 고도의 산업화가 만개하고 있는 현대에 이르러 옛날과 같이 사회와 거리를 두고 진리의 광맥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는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수비적, 소극적 기능에만 만족하지 않고 사회 현장에 뛰어들어 사회변화를 유도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선제적, 적극적인 기능 등으로 전환되었다. 외부와의 접촉을 멀리하게 하던 폐쇄의 울타리를 허물고 개방의 시대를 열었고, 대학과 사회 간의 연계 및 공동체로의 협력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사회변화를 피동적으로 수용하고 여과시키는 소극적 적응(adjustment)에서 변화를 견인하고 그 변화를 새로운 사회가치체계로 전환시키는 적극적 적응(adaptiveness)의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렇듯 대학의 개념이나 기능 등이 달라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은 여전히 진리의 광맥을 찾아 부단히 연구하고 교육하며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등을 3대 기능으로 하고 있다. 상아탑으로서의 전통이, 진리의 산실로서의 기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진리의 산실이라는 것은 대학은 진리를 발굴하고 수호하며 공급하는 것을 제일의 임무로 삼는다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대학의 본질은 진리인 것이다. 대학의 본질은 진리이고 그 진리가 대학의 존재가치 및 존립근거라는 것이다. 진리란 무엇인가. 언제나 또는 누구에게나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인식의 내용을 말한다. 이 점에서 진리는 시⦁공을 초월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때와 장소를 넘어서서 누구에게나 옳은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진리는 본질이어야 하는 만큼 상식 및 이론과 지식, 정의 등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학의 본질은 진리인 점에서 대학의 모든 학사활동은 진리를 잣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그루의 화초도 한 개의 조형물이나 시설도 진리의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하나의 건물을 짓더라도, 칠판 하나를 걸더라도 진리의 조건인 과학을 전제로 비교분석을 통해 최적 대안을 발굴한 것이어야 한다. 하물며 대학의 생명과도 같은 학사관리의 공정성 확보야말로 더 말하여 무엇 하겠는가. 공정성을 상실한 학사는 대학의 가치를 진흙탕 속에 집어던지는 것과 같고 부정으로 인하여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부당한 평가를 받은 피해 당사자에게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진리를 발굴하고 수호하며 세상에 보급하여야 할 교수가 일반 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불공정행위를 하였다는 것은, 더구나 자기 자식을 위하여 선량한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자질 유무를 넘어 부모로서도, 일반 사회인으로서도 용서받지 못할 짓인 것이다.

대학의 본질은 진리이고 그것을 생명으로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대학에서의 부정은 그 어떤 부정보다 ‘나쁜 부정’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은 ‘공명정대함을 밝히는(명명덕:明明德) 공부를 하는’ 교육의 동산이고 진리의 산실이다. 그렇기에 대학에서 전개되는 모든 활동은 어느 곳보다 바르고 정의로우며 공정하여야 한다. 본질과 진리로만 판단하고 평가되어야 한다. 대학은 세상 어느 곳보다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이어야 한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진리의 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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