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노인철학: 노인의 삶과 죽음

조추용(꽃동네대학교 교수)



1. 시작하며

이 글은 인간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서 겪게 되는 갈등에 대한 것들이다. 즉 노인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순간들을 선택을 하게 되는데, 어떤 것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생활의 패턴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노인의 삶에 있어서도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노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그 선택은 첫째 노후에 노동을 하거나 취미·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에 대한 선택이다. 둘째 심신이 허약해지면 재가생활과 노인생활시설이냐의 선택이다. 셋째 인생의 종말기에 투병생활과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이 글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타당성이나 선택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선택에 따른 제도·정책과 가치에 대한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2. 노후의 노동 VS 취미·여가

노후준비는 개인적 성향, 환경적·상황적 요인 등에 따라 충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노후준비를 조사하는 기관이나, 학자마다 주장들이 다양하고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제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노후준비가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차이가 있다. 노후준비가 되었더라도 자아실현 등의 목적으로 노동을 지속하는 노인도 있지만, 노후준비가 부족하여 부득이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인도 있다. 반면에, 노동과 취미·여가의 균형을 이루며 생활(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하는 노인들도 있다.

먼저 노동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대법원은 30년 전인 1989년 12월, 55세였던 노동가동 연한을 60세로 상향 조정하였고, 2019년 2월 21일,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해서 `육체노동 가동 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적인 은퇴연령(60세)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62세, 2033년 65세) 간 격차에 따른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60세 이상 정년제가 전 사업장에 적용된 첫해인 지난해(2017년) 평균 정년연령은 61.1세를 기록했으며, 임금피크제도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53%가 도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전히 조기 퇴직을 요구하는 관행이 남아 있어, 정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고용노동부는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노인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인의 연령증가에 따라 빈곤이 심각한 수준으로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지만,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로 38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노후의 노동을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노인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2018)에 따르면 2018년 55~79세 고령자 중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4.1%이고, 노동 희망 사유로는 ‘생활비 보탬(59.0%)’, ‘일하는 즐거움(33.9%)’ 등이고, 일자리 선택기준은 ‘일의 양과 시간대(27.6%)’, ‘임금수준(24.2%)’, ‘계속근로 가능성(16.5%)’ 순으로 나타난 결과는 이러한 사실들을 지지하고 있다.

취미·여가는 노동과 반대되고 즐거움으로 회상되는 개념으로 노후에는 대부분의 시간과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2017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58.2%는 취미활동을 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며, 구체적인 활동은 자원봉사 활동, 종교 활동, 소득창출 활동 등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여가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관광(65.8%), 휴식(33.3%), TV시청(3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여가시설은 노인복지관 384개소, 경로당 65,604개소, 노인교실 1356개소가 있는데, 여기서 주로 취미·여가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노후의 생활을 노동을 하면서 보낼 것인가? 취미·여가를 하면서 보낼 것인가? 실제는 하나의 패턴이나 유형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고 노동형, 한거형, 사교오락형, 자기완성형 등 노후생활의 다양한 유형이 뒤섞여서 보내게 되는데, 노동으로 한정해서 살펴보면 다음의 그림과 같다.



①과 ③번 시기는 경제생활 상에 반드시 노동할 필요가 없는 시기이다. ②번은 통상적으로 성장하여 정규 일자리로써 노동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③번의 주변노동시기를 다시 세분하면 경제적으로 수입을 얻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어 필연적으로 노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④번 시기이다. 이 시기에 취업을 통한 수익을 얻지 못하면 공공부조의 수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

대개의 노인 취미·여가 프로그램은 노인은퇴촌의 사례를 들어보면 오전에는 정적인 프로그램으로 서예, 그림, 글쓰기 등이 많고, 오후에는 신체적 기능이 활발하여 동적인 프로그램이 많은데, 골프, 게이트볼, 볼링, 테니스 등이 많고, 저녁에는 사교오락, 파티 등 교류 프로그램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혼술, 혼놀, 혼밥 등 노인 혼자서 즐기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노후의 생활을 어떤 생각과 가치로써 보내려고 하는지는 대개가 본인의 의지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은 노인복지 중 중요한 영역에 해당한다.



3. 재가복지 VS 시설복지

일반적으로 노후에 건강할 때는 취미·여가, 노동 등을 선택해서 보내고, 심신의 제약 정도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선택하게 되는데, 비교적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면 재가에서 생활하면서 복지서비스를 받는다. 심신의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재가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어쩔 수 없이 요양시설 또는 요양병원에서 생활하지 않을 수 없다. 재가에서의 생활은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심신의 형편에 맞추어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시설은 어쩔 수 없이 공동으로 생활하게 된다.

재가복지서비스는 심신의 상태가 일부 자립인 노인으로서 방문요양과 같이 노인의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주야간보호서비스와 같이 이용자가 센터를 찾아가는 서비스, 급식 등의 배달서비스가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위해서 개발된 것이고, 노인의 심신 상태에 맞추어 개별적인 욕구에 맞추어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고, 시설서비스와 비교하여 비용이 저렴한 편이며,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7년 현재 전국에 1만5073개소의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있으며, 여기서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방문목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에 시설서비스는 심신의 상태가 최중증인 노인이 입소·이용하는 전문시설이다. 24시간 케어가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노인을 관찰하면서 필요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과 시설 및 장비의 활용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2017년 현재 노인요양시설은 3261개소,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1981개소가 있다. 요양시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작으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노인을 위한 재가서비스와 시설서비스는 선택이나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심신의 상태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면 될 것이다. 재가복지서비스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등 여러 가지로 나누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고령화 정책에 대한 기조가 지역사회거주하기(Aging in Place)를 강조하면서 현재 통합하여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통합하면 보다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요양시설의 입소서비스는 모두 장기요양보험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사회복지법인만이 아닌 개인도 요양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시설 입소를 위한 대기자가 거의 없는 편이다. 어떠한 서비스를 이용하여도 소득에 따라 이용자의 자기 부담분이 있다. 즉 가족의 병원동행과 비용 부담, 요양시설 이용에 따른 이용자 부담 등의 경제적 문제, 돌봄의 안전관리(Care Risk Management)의 문제, 학대문제, 종사자의 처우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한다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며, 요양시설의 경우 입소자들끼리 공동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4. 투병 VS 죽음과정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질병에 걸리기 쉽고, 한번 걸린 질병은 잘 낫지 않아 만성병으로 진화하고, 몇 가지 질병을 가지기 쉽고, 병의 진행이 완만하다. 또한 노인에게 의료보장은 노인의 삶의 질과 수명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노년기에는 만성적인 질병의 합병증으로 고액의 의료비가 소요되며, 노인의 건강은 국가발전의 지표가 된다. 따라서 전체인구의 15% 정도의 노인이 전체 의료비의 3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7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의 평소 건강상태에 대해 건강하다가 37.0%, 건강이 나쁘다가 39.7%로 주관적 건강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76.7%이다. 노인들의 만성질환은 고혈압, 만성퇴행성 관절염, 당뇨병 등으로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적 건강은 배우자, 친구 등의 죽음으로 상실과 퇴직과 같은 사회적 상실, 퇴직으로 인한 경제적 상실, 신체적 질병과 죽음에 대한 집착으로 정신적 질병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기능적 장애는 주로 정신병(조현증, 우울증 등), 신경증(히스테리, 불안증 등), 성격장애 등이 있고, 기질적 장애는 치매가 대표적이다.

노후의 생활에서는 개인적, 사회적, 환경적 등 다양한 것들이 변화하고, 상실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노인이라면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질병이나 장애로 연결될 수 있다. 장애가 일상생활동작(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타인의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된다.

신체적으로 우리나라의 통계상 노인의 3대 사망원인은 암으로 인구 10만 명당 784.4명이 사망하였고, 심장질환(361.3명), 뇌혈관질환(268.6명)의 순이다.

죽음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맞이해야 한다. 죽음은 죽음의 과정, 임종 케어, 비탄, 죽음의 철학, 죽음의 의의, 죽음의 고지(告知), 안락사, 자살, 민족ㆍ문화ㆍ종교에 따른 생사관(生死觀)의 차이, 사후의 생명, 죽음의 공포 등의 문제를 주요 내용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자신이 죽지 않으면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동물로, 인간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고 자기 자신의 생명의 유한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의 유한성을 안다는 것은 죽음을 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죽음이 무엇인가를 말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죽음은 지각 기능의 정지이고 지각적 체험의 영역을 초월하는 현상이다.

인간은 죽지 않으면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 그 자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언제, 어떻게 죽을지를 알지 못하여 불안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경험이면서, 동시에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그래서 누구나 자신만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경험인 것이다. 오늘날 모든 죽음의 2/3가 65세 이상의 노인이기 때문에, 죽음은 나이와 관련을 갖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죽음 방식 변화는 ①가정에서 죽음이 병원에서의 죽음이다. 암의 경우에는 93%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②인간적인 죽음에서 고독한 죽음이다. 환자는 가족들에 둘러싸여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계와 튜브 등에 둘러싸여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③정서적인 죽음에서 과학적인 죽음으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확인하고 외로움이나 슬픔을 서로 나누는 정서적인 죽음에서 기계에 의해 과학적으로 표시되며 죽음으로 변화되고 있다.

모든 생물은 반드시 죽는다. 인간도 죽는다. 살아가면서 친구와 친척을 잃는 경험을 통해 노인들은 점차 자신의 죽음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각과 느낌을 재조정한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부정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마치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처럼 행동한다. 죽음에 대한 의미와 태도는 문화마다 다르며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연령이나 건강, 개인의 가치관 및 철학, 개인적 성벽 및 상황, 종교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의미나 개념을 규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죽음은 살아 있는 상태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존능력을 상실하고서 죽어가는 과정이 끝나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죽음의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가족·친지에게 마무리를 맡겨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죽음의 과정을 수동적이고 방관자적으로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사전적이고 적극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생전계약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2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동법 제2조9항)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본인이 직접 문서로 밝혀두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178개 지사 및 전국 73개 등록기관에서 상담ㆍ등록이 가능하다. 그리고 작성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으며, 요청이 있는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정보처리시스템에서 변경 또는 철회 여부가 반영되도록 조치하고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동법 제2조8항)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해당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덧붙여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이 자신에게 사망진단이 내려진 후 자신을 위한 여러 장례의식과 절차가 자신이 바라는 형식대로 치러지기를 원해 자신의 장례방식을 알리는 목적으로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한다. 사전장례의향서는 자신을 위한 여러 장례의식과 절차를 사전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 놓는 것이다.

인간은 후회 없는 삶을 살다가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죽음도 여행처럼 가슴 두근거리면서 준비하고 맞이하면 좋겠지만, 죽음에는 상당한 고통이 뒤따른다. 좋은 죽음과 관련하여 웰다잉(well-dying)이 있는데, 웰다잉이란 영어의 웰(well)과 다잉(dying)의 합성어로 좋은 죽음을 뜻한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것이 더 적당한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준비하고 맞이하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를 한다. 죽음준비에는 유언을 하고, 장기기증을 하고, 후회할 일을 줄이고, 용서를 주고받고, 마음으로 정리하는 일 못지않게 주변을 정리하는 일이다.

죽음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가족의 지원이다. 환자와 가족이 기존의 지지망을 확인하고 행동하는 것을 도울 수 있으며 가족에게 친척, 친구, 종교인,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고용된 간호 제공자를 확장된 자원으로 이용하도록 한다. 환자와 가족으로 하여금 그들은 일시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것이며, 가족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낄 수 있다. 환자는 임종 때까지 정신이 맑을 수도 있고, 수주 전부터 혼수상태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장례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들로 하여금 미리 장례절차를 관장하는 곳을 알아보게 하며, 임종을 선언하게 될 의사의 선정에 대한 논의도 하고, 환자와 가족의 종교도 고려하도록 돕는다. 가족은 임종 전에 장례를 계획하는 것이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임종 직후 가족의 상실감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후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임종의 과정에 있거나 사별의 슬픔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무엇을 토의하기를 원하는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며, 그들을 수용하여 심리적 지지 등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또한 노인이 자신의 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가운데 죽음에 대한 공포나 불안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죽음에 대한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인간은 투병을 거쳐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투병생활을 거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즉 투병기간에 생명에 대한 남다른 애착으로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생명의 연장을 주장할 것이냐, 자신의 생명 유한성을 인지하고 적절한 시점에서 인공적 생명연장 장치를 거부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느냐는 매우 중요한 가치의 문제이다. 또한 고통으로 안락사를 주장할 수도 있지만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우리 사회는 아직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후의 장례와 장묘문제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어떤 방식이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2018년 국내 화장(火葬) 비율은 84.6%로 25년 사이 4.4배 증가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지도층과 국립묘지에서는 매장을 하고 있어 국민적 정서와는 상이하다. 게다가 국립묘지는 한번 안장을 하고 나면 영원히 지속되어 언제까지 매장이 계속될지도 의문이다.



5. 마무리하며

이 글은 노후의 생활을 건강할 때, 몸이 약간 노쇠하여 어떠한 서비스를 받을 때, 마지막으로 심신의 상태가 나빠져서 투병과 죽음과정을 거칠 때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서 고찰해 보았다. 노인에게 어떤 것이 최선, 차선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노인 스스로와 사회적 환경에 변화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국가의 제도와 정책이 있고, 노인 자신만의 중요한 가치가 있고, 사회 환경적으로 주어진 것들이 있다. 제도·정책적으로도 개인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안정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노후의 삶을 유지하면서 살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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