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미 취재부 기자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근황 토크가 주를 이뤘지만 결혼이나 육아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그중 한 지인은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이와 함께 외출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해줬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화장실에 갔지만, 기저귀교환대가 없어 애를 먹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인은 서둘러 밖으로 나와 차에 아이를 눕힌 뒤 기저귀를 갈았다고 했다.

차가 없는 사람들은 유모차에서, 혹은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패드를 깔고 기저귀를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해줬다.

아이를 키우며 일상에서 겪는 이 같은 불편은 부모들에게는 흔한 일인 듯했다. 한국소비자원의 공중화장실 내 기저귀 교환 실태조사 및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저귀교환대 이용 경험이 있는 부모 497명 중 391명(78.7%)은 ‘영유아와 외출 시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되지 않아 실제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위생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500명 중 432명이 더럽다고 느낀 적 있다는 조사결과가 말해준다.

남자 화장실의 경우 기저귀 교환대를 찾는 일은 더 어렵다. 수유실도 남자는 출입금지인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해부터 문화 및 집회시설과 종합병원, 도서관 등 남녀화장실에 1개씩 기저귀 교환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기는 했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범위도 제한적이다.

아이와 외출하기조차 쉽지 않다면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할까. 저출산 타개를 위해 수 백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육아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적 배려와 인프라 확충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아이를 낳고 싶고, 불편함이나 애로사항 없이 아이를 마음 놓고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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