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 유월은 장미의 계절만큼이나 화려하다. 햇살도 눈부시고 온산하가 녹음이 우거져 초록물결이다.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매년 6월이 오면 우리는 짙어지는 녹음을 바라보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키다가 가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되새기게 된다. 나라와 겨레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귀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의 풍족한 삶과 행복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은혜를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과 자유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뼛속깊이 느껴야 한다.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한 것은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망종(芒種)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고려 현종 5년 6월 6일에 조정에서 장병의 유골을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는 데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발현되는 빛나는 얼과 저항정신이 호국의 역사로 이어졌다. 애국은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며, 호국은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 존재했던 호국의 역사와 인물은 어쩌면 세월의 이끼에 가려진 보석과 같은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 가치를 알고 갈고 닦아 빛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호국보훈은 나라를 보호한다는 의미의 호국과 공훈에 보답한다는 보훈이 합쳐진 말로 나라에 감사하고 보답한다는 뜻이다. 호국보훈의 달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국민의 호국과 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현충일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 한 장이 날 고개를 떨구게 하였다. 국립묘지에서 아들을 나라에 바친 백발 할머니가 차디찬 묘지석을 자식 얼굴쓰다듬듯 가슴에 박힌 대못을 움켜잡고 오열하고 있다. 반면 아파트베란다에는 어쩌다 띄엄띄엄 힘없이 나부끼는 조기(弔旗)가 가슴을 짠하게 하였다.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문득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떠오른다. ‘산 옆 외딴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폼 햇볕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군인이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깊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하를 지키다가/ 드디어 숨을 거두었노라...’ 지금도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이여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와 야는 극한적인 투쟁을 버리고 먼저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껴안아야만 국민이 제대로 단합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단합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바탕을 마련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분으로 찬란한 역사창조에 앞장서게 모두 이성을 되찾고 냉정한 가운데 협동하고 노력하는 길만이 나라사랑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공자는 ‘법으로 이끌고 형(刑)으로 정제(整齊)하는 정치를 하면 백성이 법망을 벗어나도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고,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 정제하는 정치를 하면 백성이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알아 모두 착하게 이를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사랑한다는 수많은 정치인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권력욕심, 명예욕심, 재물욕심에 사로잡혀 이전투구만 해 왔고 지금도 그 싸움은 여전하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이 땅에서 살려면 나라를 걱정하자. 걱정만이 아니라 나라를 진실로 사랑해야 한다. 나라사랑이란 말이 거창하고 차원 높은 말로 들리겠으나 일상 생활속에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한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항상 나라 사랑의 의미와 나라 사랑의 중요성을 마음에 되새기며 살아가야 한다. 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진심으로 실천해야만 나라가 더욱 발전하고, 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동족상잔의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 안보에 관심을 갖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유비무환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후손들을 끝까지 정부가 책임지는 풍토가 정착되고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호국영령들 앞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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