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 청산을 명분으로 내세운 반일(反日)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일본 잔재 청산을 한다며 학교 내 일본식 향나무 제거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견이 엇갈리면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무 교체를 놓고 일본 잔재라 교육적으로 놓고 볼 때도 좋지 않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과 일본식 향나무라고 해서 무작정 없애는 것은 비용이나 환경문제 등 적절치 않다는 반대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최근 전국 여러 학교에서 ‘친일’이란 딱지를 붙여 수십 년 이상 불러온 교가를 하루아침에 없애고 도로명과 동네 이름까지 바꾸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일부 단체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이 만들거나 지은 교가, 도로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충북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은 친일 음악가들이 만든 교가 교체를 추진 중이다.

경기도의회는 도내 4700곳 초·중·고교에서 보유한 비품 가운데 이른바 ‘일본 전범(戰犯)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는 ‘전범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는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붙이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의회에 계류 중인 서울시와 시교육청에 ‘전범 기업 제품의 불매’를 촉구하는 조례안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제가 과거 저지른 전쟁 범죄와 강점기 시절의 강제징용 등 만행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해당 기업들 가운데는 여러 세대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업 소유권이 여러 번 바뀐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상대로 지금 와서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것에 대해 기업 종업원들과 협력업체 사람들은 뭐라 생각하겠는가.

일본보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긍정적 방식으로 극일(克日)을 해야지 부정적 방식으로 딱지를 붙이는 방식은 역사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셈이다.

얼마 전 원로 학자가 현 정부의 일제 청산 움직임을 ‘관제 캠페인’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이 직접 나선 초·중·고 ‘친일 교가’ 교체 추진도 ‘홍위병(紅衛兵)’식 마녀사냥으로까지 빗나간 관제(官製) 민족주의의 전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친일과는 무관한 내용인데도 작사·작곡가의 일부 행적을 문제 삼아 ‘친일 교가’로 낙인찍은 것부터 반 이성이다.

일제 청산은 분단과 전쟁의 상흔까지 겹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교육계에서 일제 잔재의 청산은 1990년대 ‘초등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이 사실상 전부일 정도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반일을 인기몰이용 이벤트로 삼아 무차별적 마녀사냥식 일제 잔재 청산은 지양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