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섭 주무관 충청북도특수교육원

(동양일보) 신의 행동유형을 체크하여 꼰대인지 아닌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자가 꼰대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나보다 어린사람에게는 반말을 한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라고 얘기하고 내가 먼저 답을 제시 한다.”, “내 의견에 반대한 사람을 잊지 못한다.” 등 여러 행동유형을 통해 꼰대를 설명한다. 항목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꼰대의 특성은 타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무시하면서 자신만의 잣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이 인간관계라는 걸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같은 나이의 동년배 친구 사이에도 갈등은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고, 심하면 서로 싸우는 일도 있다. 하물며 나와 나이도, 살아온 세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인간관계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단순한 친구관계에서는 서로 싫다면 안보고, 피하면 그만이다. 허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사회생활에서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도 같이 일해야 하고, 참석하고 싶지 않은 행사에도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뜩이나 힘든 사회생활에서 같이 지내는 동료나 선·후배가 자기 마음대로 행동 하고 공감능력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속칭 ‘꼰대’라면 하루하루가 고달플 것이다.

작년에 같은 사무실에 공무원 후배가 발령받아 한동안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매번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업무를 알려줄 때인데 일을 진행하던 후배가 업무 진행방법이 이상하다는 의견을 냈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어서 의견을 무시하고 내 방법을 고집하여 업무를 처리했으나 나중에 확인해보니 후배의 의견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었다. 경험을 맹신해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올바른 의견을 낸 후배를 무시한 전형적인 ‘꼰대짓’이었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 중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꼰대인지 아닌지는 결국 내가 하는 행동과 말로 결정된다. 내가 경험한 일들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먼저 해야겠다. 먼저 말하기 보다는 듣고, 답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겠다. 결국 꼰대는 나이를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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