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동독 공산당 대변인 귄터 샤봅스키가 기자회견장에서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서독 왕래를 전면 자유화 합니다”

실수였다. “허가를 받은 사람에 한해서”라는 말을 빠트린 핵탄두급 오보. 소식을 진실로 믿은 동독 국민들이 망치를 들고 베를린 장벽으로 달려간다. 동독 정부가 뒤늦게 막으려 했지만 통제 불능.

장벽은 28년만에 맥없이 무너지고 독일은 그대로 통일된다. 10초짜리 말 실수 한마디가 세계사를 바꾼 1989년 11월 9일 일이다.

그래도 행복한 축에 드는 이 경우와 달리 공주시가 최근 공무원의 언론대응 미숙으로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모 부서에서 공주보 관련 ‘단순 질문지’로 몇몇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던 모양이다.

과학적 표본추출이나 문항검증이 없는 이걸 해당 공무원이 언론에 생각없이 전하면서 공식 설문조사로 변질됐다.

‘보 철거 반대 98%’로 둔갑한 이 뉴스는 ‘먹거리’를 찾던 중앙 언론사의 레이다에 걸려 ‘맛있는 소재’로 인용됐다. 시가 부랴부랴 해명 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다.

언론 인터뷰의 기본조차 안된 공무원의 안일함이 부른 참사다.

기자에게 말을 전할때는 사실 확인이 먼저다. 질문 받은 내용의 특성이나 취재진의 관심사항, 취재초점에 관한 충분한 사전지식 확보와 노력은 미덕이다.

사안의 민감도와 휘발성이 클 경우 정무·공보 라인과의 공유도 필수다.

이런 준비 없이 제공한 단편적 코멘트가 진실과 다르게 ‘가공’되면 치명적 오보를 낳는다. 공주시가 이번에 당한 것 처럼.

비용을 치르지 않는 망각은 다시 돌아온다. 언론 대응 실수의 비용을 크게 치른 공주시에 앞으로는 이 망각이 되돌아 오지 않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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