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대리기사와 시비 후 10m 음주운전자 벌금형
창원선 “사고 방지 등 긴급피난 해당” 무죄 선고 ‘대조’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요금문제로 다툰 대리운전기사가 떠나자 차량을 직접 몰고 10m가량 운전한 50대에게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최근 창원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을 무죄 판결한 선고도 있어 눈길을 끈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오태환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55)씨에게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1시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56% 상태로 승용차를 10m가량 후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요금문제로 자신이 부른 대리운전기사 B씨와 말다툼을 했다. 대리기사가 승용차를 도로에 버려둔 채 그대로 떠나자 인근 주차구역으로 차량을 직접 운전해 이동시키다 경찰에 적발됐다.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지켜보다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새벽시간 아파트 입구 도로에 검은색 차량을 세워두면 사고발생 위험이 커 당시 운전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부장판사는 “범행 일시와 장소, 타인 연락 가능성 등에 비춰보면 당시 현재의 위난(긴급하고 곤란)이 있었다거나 직접 운전하는 것만이 위험을 피할 유일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있다.

지난 11일 창원지법 형사7단독 호성호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혐의로 기소된 B(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지난 1월 10일 새벽 0시 30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072% 상태로 창원 용지호수 주변 도로를 5m 가량 운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B씨 역시 당시 자신이 부른 대기기사가 말다툼 후 그대로 떠나자 승용차를 몰고 인근 커피점 주차장으로 이동시키다가 적발됐다.

호 부장판사는 B씨의 음주운전을 ‘긴급피난’으로 봤다. 호 부장판사는 “B씨 차량이 계속 도로에 세워져 있었다면 정상적인 교통흐름을 방해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고, 차량 운전을 부탁할 지인이나 일행이 없었던 점, 대리기사를 다시 부르려면 차량이 오랜 시간 도로변에 그대로 있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B씨의 행위를 긴급피난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22조 1항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긴급피난)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국민 법 감정에 비춰보면 음주운전에 무죄를 선고한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볼 수 있으나 더 큰 법익 침해가 우려될 때 부득이한 경우에 형법상 긴급피난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긴급피난을 이유로 음주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례적이나 부당한 판결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다른 변호사는 “제3자 피해를 막기 위해 잠깐 차를 옮겨 긴급피난을 인정받은 B씨의 판례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다만 A씨의 경우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A씨 자신이 만취한 상태인 점 등의 이유로 긴급피난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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