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현남편 “경찰 부실수사” vs 경찰 “진술 신뢰성 낮아”
심폐소생술 둘러싸고 ‘갑론을박’…“모든 가능성 두고 수사”

전 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의 의붓아들 A(4)군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고씨의 현남편 B(36)씨는 “경찰 초등수사는 나를 향하고 있다”며 충북경찰에 대한 불신을 내비치며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과 B씨 사이에 심폐소생술(CPR)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B씨는 앞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침대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주상당경찰서는 A군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심폐소생술 흔적이 없었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A군의 입 주변에 소량의 혈흔이 있었으나 갈비뼈 골절이나 강한 흉부 압박 흔적은 부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B씨는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이 작성한 구급활동일지 내용과 현장 사진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B씨는 당시 일지에 ‘부모가 아이를 눕혀놓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고 적혀있고, B씨와 아이가 함께 있던 침대에 다량의 혈흔이 남았다고 현장 사진을 들어 주장했다. 다만 아이의 혈흔이 남은 이불은 장례과정에서 고씨가 모두 버렸다고 주장했다.

청주동부소방서 관계자는 “도착 당시 아이가 전신 시반이 생긴 상태여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진 않았다”며 “B씨가 사후강직이 일어난 뒤 CPR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필 연세대 법의학과 연구부교수는 “통상적으로 CPR을 제대로 하면 피하출혈이나 갈비뼈 골절 등 흔적이 국과수 부검에서 발견된다”며 “소아의 경우 뼈가 연해 잘 부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성인보다 약한 강도로 흉부를 압박, B씨가 CPR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B씨는 “경찰 초동수사가 나에게만 집중돼 이해가 안 됐다. 고유정이 아들을 죽인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충북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인터뷰도 했다.

경찰은 부실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오히려 B씨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청주상당경찰서는 A군 사망 당시 현장 감식에서 외부 침입 흔적이 나오지 않았고, 국과수 부검에서 외상이나 장기손상 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지난달 A군에 대한 부검결과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통보했다.

B씨에 대한 신체성분 감정에서도 졸피뎀 등 약물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 고씨는 약물 검사를 거부했다.

B씨를 상대로 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진행됐는데, 이달 3일 ‘거짓’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사건에 대한 B씨의 진술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또 고씨가 A군이 숨진 3월 2일 새벽 청주 자택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제안한 글을 올린 것과 관련, 이런 고씨의 행적이 A군의 죽음과 연관성이 있는지 등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25일께 형사들을 제주로 보내 고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B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 등은 그가 머물고 있는 제주지검에서 진행한 뒤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슬픔에 빠진 유족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며 수사해왔다. 현재 수사 중인 내용 중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명확한 사인과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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