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 안 거치고 현 총장보다 5기수 아래 ‘파격’
적폐 수사·검찰 개혁 지속 의지 반영된 인사 풀이
초대형 인사태풍 예고…검사장 절반이상 교체될 듯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문무일(연수원 18기) 검찰총장에서 5기수를 뛰어넘는 파격 발탁으로, 검찰 조직에 대대적인 후속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다음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 총장의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윤 후보자는 서울 출신으로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구·서울·부산·광주지검 검사를 거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전고검 검사 등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특수검사임에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한 갈등으로 좌천됐었던 윤 지검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전고검 검사에서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동시에 고검장이 맡아오던 서울중앙지검장에 부임했다. 또다시 2년 만에 고검장들을 제치고 파격인사를 통해 검찰 수장을 맡게 됐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파격인사는 적폐청산 수사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는 오는 18일 국무회의에 임명제청안이 회부되며,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쳐 문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는다.

윤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다.

문 총장보다 연수원 5기수 후배인 윤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검찰조직에 대대적인 후속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후배기수가 총장이 되면 선배들이 옷을 벗는 검찰 관례에 따른다면 문 총장 1년 후배인 19기부터 윤 후보자 동기인 23기까지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현재 검사장급 이상 간부 42명 중 19~23기는 30여명에 달한다.

윤 후보자가 예정대로 다음달 25일 취임할 경우 검사장급 후속 인사는 8월 초순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직 4명 중 3명이 조직을 떠나는 초유의 인사 태풍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당장 검찰총장 후보로 경쟁했던 19기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조은석 법무연수원장, 황철규 부산고검장을 비롯해 20기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금로 수원고검장, 이호철 대구고검장 등이 사의를 나타낼 수 있다.

검찰 조직 안정을 위해 윤 후보자보다 선배 기수 일부가 검찰에 남을 수 있으나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 개혁 방향 등을 고려할 땐 대다수가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유례없는 기수 파괴 인사는 검찰 조직문화를 한 번에 뒤엎으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고 대변인은 이 같은 기수 파괴 인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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