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열흘 후면 통합청주시(청주시+청원군)가 출범한 지 5년이 된다.

통합으로 덩치만 커졌지 시민을 위해 나아진 게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 큰 것도 사실이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은 물과 기름으로 비유된다. 하나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데, 통합시 출범 당시 시·군 출신 공무원들이 모두 옷을 벗을 때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통합 5년이 지나는 동안 청주시에는 말도, 탈도 많았다. 가뜩이나 구성원간 반목과 질시가 설치는 판에 민선 6기(2014~2018년)때 1년 이상 선장(시장) 부재는 치명타였다. 시장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시정에 전념할 수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청주시 불행은 예견됐다.

청주시 조직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구성원간 불신이다.

공로연수를 앞둔 한 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 하고 소주요? 퇴근 시간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퇴근합니다. 직원들과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어떻게 알아요? 직원들과 속 터놓고 말도 못 하는 공무원 조직, 이렇게 계속 가다간 큰일 납니다.”

내부 반목과 질시가 판치는 공직사회는 시민들에게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중앙에서 감사반이 내려와 가동하면 내부자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앉아서 ’감사 거리‘를 손에 쥐니 이 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공무원이 한 짓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공무원이 여성 접대부를 노래방 등에 공급하는 보도방을 운영했다면 이를 믿어야 할까. 또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지를 않나, 상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지를 않나.

이쯤 되면 업자로부터 향응을 받고 골프 접대를 받았다며 징계를 받는 것쯤은 애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단체장의 등장을 역설한 바 있다. 와해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선 더 이상 그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고삐를 틀어쥐고 조직을 안정화시켜 시민을 위한 정상 집단으로 탈바꿈시킬 리더가 필요했던 것이다.

4000여 명이나 되는 직원을 청주시장이 일일이 상대할 수는 없다. 간부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담당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간부 존재의 이유다.

민선 5기(2010~2014년) 청주시장을 역임한 한범덕 시장은 시정이 낯설지 않을 만큼 노하우가 있을 거다.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소통을 강조하며 자율권을 보장해 주려는데는 그런 자신감이 받쳐준다.

앞에서 ‘나를 따르라’며 핏대를 올리기보다는 뒤에서 양떼를 모는 순한 양치기 소년 전법을 구사하는 식이다.

그런데 한 시장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 데 심각성이 있다. 권한을 주면 의무를 다하고 책임도 질 줄 알았는데 권한이라는 단물만 쏙 빼 먹고 뒷짐만 지는 게 간부 공무원의 모습이다.

소통과 자율을 통해 능동적으로 업무를 챙기기는커녕 자리보전이나 하고 신세만 편하려고 시장의 시정 방향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여기에는 통합 후 싹 튼 구성원간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괜히 나서서 구설에 오를 바에야 무탈하게 하루하루 때우면 된다는 식의 보신주의, 무사안일이 퍼져 있다.

한 예로, 맑고 깨끗한 도시 청주는 더러운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시민들 모두가 절실히 느꼈겠지만 청주는 한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대한민국 대표 미세먼지 도시’가 되었다.

중국발, 서해화력발전, 공장, 자동차매연 등 많은 요인이 복합된 결과지만 외부요인만 탓할 때가 아니다. 하다못해 공장 단속을 강화하고 시내 전 구간에 걸쳐 자동차 속도 제한을 강화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시민들에게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무원으로서의 소명의식, 시민을 지켜야겠다는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가 일하는 분위기로 일신하기 위해선 강한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게 급선무다. 소통· 자율 물론 좋지만 헛바퀴 도는 정책이라면 재고할 필요도 있다.

‘청주시 이대로는 안된다’, 청주시민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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