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시·군 과수원 71곳 확진·20곳 의심신고
선제적 3단계 긴급 방제 추가대책 실시

송용섭 충북도농업기술원장이 18일 도청 기자실에서 과수화상병 관련 프리핑을 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 3개 시·군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이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확산되면서 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데다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기상조건 탓에 7월 중순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방역당국과 과수농가의 걱정이 크다.

충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18일까지 도내에서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과수원은 71곳이다.

충주가 41곳(26.6ha), 제천 28곳(22.1ha), 음성 2곳(1ha)으로 총 피해 면적은 49.7ha에 달한다. 이 중 44곳(30.6ha)은 매몰 작업을 마쳤다.

간이진단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정밀진단이 이뤄지고 있는 과수원도 20곳이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충북에서는 2015년(0.8ha) 제천에서 처음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후 잠잠하다가 지난해 충주·제천지역 35개 과수원에서 29.2ha의 피해를 봤다.

올해는 지난달 20일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에서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예년의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 넘었다.

문제는 과수화상병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치료약제가 없다는 점이다.

과수화상병은 아직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외국에서도 치료약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발생하면 신속하게 매몰하는 것만이 최선책이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의 경우 외부와 차단된 축사를 중심으로 예방·소독이 이뤄지지만 과수화상병은 개방된 과수원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다, 전염 경로도 감염 묘목·사람·곤충·기상 요인 등 다양하기 때문에 전염을 막는 것도 어렵다.

때문에 현재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농기원은 판단이다.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25~29도의 기상조건도 확산 가능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충북농기원은 기존 매뉴얼 외에 추가 대책을 마련, 확산 방지에 나섰다.

먼저 의심신고가 들어와도 확진 판정이 나오기까지 6일 정도 기간이 소요돼 주변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 의심 판단 즉시 살세균제·살충제를 살포, 매몰전까지 병원균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어 매몰지에도 미생물제를 활용한 과원·장비·농기계 소독으로 2차 전염원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벌·나비 등 매개곤충 방제를 위해 과수원 주변이나 마을 진출입로에 연막소독도 한다.

송용섭 충북농기원장은 “과수화상병 대책상황실을 충북도 운영으로 격상해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며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과수화상병 발생을 계기로 철저히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근원적인 방제 대책을 강구해, 충북 사과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와 배 등에 피해를 주는 세균병으로, 감염되면 과수의 잎이 흑갈색으로 시들고 줄기가 윗부분부터 말라 아래쪽으로 퍼져 새순이나 가지가 검게 변해 말라죽게 된다.

국가 검역병으로 분류해 관리되고 있다. 지영수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