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해야 합니다. 일확천금을 꿈꾼다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뎌 노력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6.25전쟁으로 부모와 생이별 후 구두닦이와 장사를 하면서 검정고시에 합격해 교사, 한의사, 정치인, 문학인까지 ‘파란만장’의 삶을 산 이철호(78·사진) (사)새한국문학회 이사장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일성이다.

곧 여든을 앞둔 그가 최근 새로운 도전을 했다. 충북 증평군 도안읍 화성리에 ‘소월·경암 문학관’을 개관한 것. ‘진달래꽃’을 쓴 소월 김정식 시인의 호와 자신의 호(경암·景庵)를 따서 이름을 붙인 문학관이다. 한국문단에 큰 족적을 남겼음에도 문학관을 갖지 못하고 있던 김소월 시인의 시 세계를 널리 알리고, 자신의 55년간의 문단 생활을 총결산하며 사재 40억원을 들여 이 문학관을 건립했다.

“문학의 대중화와 문화 예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문학관 건립을 결정했습니다. 이 문학관이 한국문학을 발전시키고, 증평이 문학 탐방의 명소로서 자리 잡길 바랍니다.”

지금은 ‘문학인 이철호’로 통하지만 사실 그는 유명한 ‘스타 한의사’였다.

6.25 전쟁을 겪으며 혼자가 된 이 이사장은 신문팔이, 껌팔이, 구두닦이까지 했다. 심지어 미제 물건을 받아다 장사를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귀인을 만나 주경야독을 시작했다. 전쟁으로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못했던 그는 이때부터 공부를 시작해 중·고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했다. 의대에도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입학할 수는 없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돈 없이도 다닐 수 있는 대학을 찾았다. 바로 동국대 문학특기생이었다. 원래부터 문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던 그는 쉽게 합격했다. 대학 졸업 후 교사 자격증으로 경기도 이천 양정여고, 오산고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를 했다.

장손으로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던 그는 안정적인 교사 생활을 팽개치고 경희대 한의과대학 진학했다. 학업을 마치고 한의원을 개원한 32살. 그는 당시 환자로 만난 KBS의 간부와의 인연으로 방송 게스트로 나가기 시작하며 유명세를 탔다.

‘스타 한의사’로 순탄할 것만 같았던 그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

“민간요법에까지 기대면서 매일 기도 했습니다. 새 삶을 주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투병을 하며 전국을 헤매던 그는 어느날 몸이 가뿐해짐을 느꼈고, 그 길로 서울에 올라가 다시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은 사라진 후였다.

“아마 오진일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새 삶은 찾은 셈이니 기도를 지키기로 결심하고 매주 월요일 10년동안 무료 진료를 했습니다.”

10년 동안 그에게 무료 진료를 받은 사람은 4400명. 당시 무료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연판장을 돌렸고,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3선까지 했을 무렵 그는 후회 없이 정치판을 떠났다.

그는 한의사, 정치인일 때도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 한의학 서적, 소설, 수필 등을 썼다. <풍운의 태양인 이제마>, <체질대로 삽시다>, <생활이 나를 속일지라도>, <사랑의 밤 너머에는 슬픈 아침이> 등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교사, 한의사, 정치인까지 이루고 나니 남는 것은 문학밖에 없었다는 이 이사장. 그래서 소월·경암문학기념관도 세웠다. 이 이사장은 문학관이 자리를 잡으면 증평군에 기증할 계획이다.

80년 가까이 도전과 시련의 연속인 삶을 살아 보니 ‘감사하는 삶’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그.

“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가요. 늘 고마운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또 포기란 것도 하면 안됩니다. 껌팔이, 구두닦이에서 교사, 한의사, 시의원, 문학인이 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도전 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941년 서울 출생인 이 이사장은 1983년 사회봉사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국민훈장 동백장과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새한국문학회 이사장 겸 ‘한국문인’ 발행인, 소월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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